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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음악인은 돈·권력 편에 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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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4 21:59:06
올해 '데뷔 30주년'
15일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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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사진= 드림팩토리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인은 세상의 아픔과 함께 했으면 해요. 우리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돈과 권력에 편에 서면 안 되죠. 사람 편에 서는 음악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이승환(54)은 여전히 '붉은 낙타'가 돼 '은빛 사막'으로 가기를 꿈 꾼다. "퍼렇게 온통 다 멍이든 억지스런 온갖 기대와 뒤틀려진 희망들을 품고 살던 (···) 나는 차라리 은빛사막에 붉은 낙타 한 마리되어"라는 대표곡 '붉은 낙타'처럼.

이승환은 데뷔일인 15일에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를 발매한다. 2014년 11집 '폴 투 플라이 전'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타이틀곡은 '나는 다 너야'다. 최근 트레드인 뉴트로 풍의 곡으로 1970년대 모타운 사운드에서 착안했다. 평생 완벽한 사운드를 고집해온 이승환답게 빈티지 건반 악기들과 기타 앰프 등 만을 사용했다. 마치 샘플처럼 들리는 드럼 사운드는 의도된 진짜 악기의 굴절된 소리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항상 소홀하다' '늘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가끔은 노력한다' 등의 노랫말은 공감대를 산다. 타이틀곡 선정을 위한 사전 모니터링에서 3, 40대의 지지를 받은 곡이라고 했다.

이승환은 14일 홍대 앞 구름 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랑의 벅참에는 유효기간이 있잖아요. 연인의 부재를 느끼는 죄책감도 밀려올 때가 있고요. 연인에 대한 소중함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만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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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팬들에게 이승환은 '천일동안',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처럼 슬프면서 웅장한 사운드가 겹겹이 쌓이는 곡들로 기억된다. "예전처럼 절박하거나 간절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에요. 소소한 행복을 그리는 노래입니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죠. 예전에는 귀 기울여서 들어야 하는 음악을 했다면 지금은 그냥 들어도 되는 음악이에요."
 
1989년 데뷔한 이승환은 1990년 대 초반을 풍미한 대표적인 가수다. 2013년 신드롬을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4'에 '다만' '천일동안' 등 그의 과거 히트곡들이 수없이 삽입됐다.

이승환 말에 따르면 그러나 "1997년부터 꾸준히 내리막 길"이다. 이승환이 "심하게 망했다"고 표현한 10집 '드리마이저(Dreamizer)' 이후 약 4년 만인 2014년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Fall to Fly)-전(前)'을 발매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던 그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다.

이승환은 30년 동안 가요계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매니저, 제작자, 기자, 피디도 잘 몰라요. 공연 위주로 시쳇말로 '독고다이'를 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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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어린왕자'로 통한 그는 이미 20년 전 왕위를 찬탈당했다며 웃었다. 그 수식어가 발라드를 불러야 할 것만 같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인에게 있어서 '젊은 감각'은 완벽하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가요계 최강 동안인 그는 여전히 젊게 입고 다니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처럼 칠순이 넘어도 스키니 진을 입을 수 있어야 하죠. 제가 수명을 연장시키는 선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수양하고 절제하며 살아왔다고 해요. 그런 인내가 음악에 배어 있죠."

젊었을 때 매니지먼트업까지 겸업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드림팩토리의 규모를 키우기도 한 이승환은 "어른들의 세계를 처음 맞닥뜨리며 불신이 생겼고, 부조리함에 대한 저항, 반항심이 생겼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는 더 이상 PD에게 촌지를 요구받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세상이 됐는데, 이제는 좀 음원 업계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많아요.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돈을 가져가는, 공정함을 해치는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라며 현재 음원 위주의 음악 시장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승환의 최대 위기는 세기말이었다. 1997년 '애원'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귀신을 조작했다는 루머에 휩싸이며 1999년 은퇴를 암시하는 '당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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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들어서는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적'이 많아지기도 했다. "국민 절반의 팬을 잃고, 갖고 있던 제 CD를 다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쓰는 곡들은 제 생각이나 성향을 실제로 녹여내고 있어요. 듣는 분들이 제 음악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분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어요."
 
이승환이 아직도 꿈 꾸고 있는 '은빛사막'이 있을까. 그는 "연애"라고 쑥스러워하며 답했다. '돌아온 싱글'인 이승환은 한 동안 연애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승환과 절친한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는 "이승환은 사랑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욕망이 음악으로 치환된 걸까. 음악에 대한 마음만큼은 여전히 펄펄 끓는다. 여전하다.

"어떤 달변가, 정치가, 연설가의 말을 듣더라도 3~4분 안에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어렵잖아요. 음악은 가장 짧은 시간에 전혀 일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 같은 힘을 갖고 있죠. 그러니까 음악인들이 그 힘을 막 휘두르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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