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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민심 보듬기·검찰개혁 완수 메시지…언론엔 성찰 당부

등록 2019.10.14 19: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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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완수 의지 천명…"檢, 개혁의 주체 돼야"

"공정의 가치 실현"…조국 논란에 실망한 민심 보듬기

언론에 실망감 표시…"신뢰받기 위해 자기개혁 해야"

조국 찬반 광장 여론 존중…"통합·민생에 마음 모으자"

"윤석열과 환상조합 기대했지만"…조국 사퇴에 착잡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10.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10.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조국 장관의 사퇴에도 검찰 개혁은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공정의 가치와 국민들의 장외 집회, 언론 보도 등 조 장관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이며 국정과제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 개혁의 컨트롤 타워인 조 장관이 물러났음에도 개혁에는 멈춤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비춰져 왔던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조국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스스로 수사 관행과 문화를 개혁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검찰은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폐지 등의 개혁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를 유지해 나갈 때 검찰 개혁은 보다 실효성이 생길 뿐 아니라 앞으로도 검찰 개혁이 중단 없이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정한 수사관행, 인권보호 수사, 모든 검사들에 대한 공평한 인사, 검찰 내부의 잘못에 대한 강력한 자기정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문화의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의 폐지 등은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가져야만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띈다.

【과천=뉴시스】 박주성 기자 =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19.10.14.  park7691@newsis.com

【과천=뉴시스】 박주성 기자 =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19.10.14. [email protected]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조 장관 자녀의 입학·인턴 관련 의혹으로 현 정부가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늘어난 점은 문 대통령에게 뼈아픈 부분이었다. 조 장관은 불법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자신의 자녀들이 이 사회에서 큰 혜택을 받고 살아온 점이 청년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나기 직전 참모들에게 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전히 입시 제도가 공평·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고,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조 장관 사퇴 후에도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고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일은 계속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짧은 언급이었지만 조 장관이 지명된 이후 쏟아진 의혹 제기 보도들에 대한 착잡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 중 상당수는 사실과 다른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청와대는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과 언론이 유착해 피의 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최근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규모 장외 집회로 표출된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현 정부 지지층이 주도한 서초동 집회와, 반대층이 참여한 광화문 집회를 구분하지 않고 존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법무부가 검찰의 특별수사부 명칭 변경과 축소, 수사범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을 발표 후 사퇴했다. 2019.10.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법무부가 검찰의 특별수사부 명칭 변경과 축소, 수사범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한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을 발표 후 사퇴했다. 2019.10.14. [email protected]


또 문 대통령은 "이제는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는 이번 논란으로 불거진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민생·경제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3시간 38분 만인 오후 5시38분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조 장관은 지난 9월 9일 임명된지 35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면직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됐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조 장관의 사퇴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검찰 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가 검찰 개혁의 동력이 됐다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이 결정을 수락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아쉬움은 크다. 하지만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의 기본 틀을 만들어 놨고, 검찰 개혁의 동력 만들어 놨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그 취지 살려나가면서 진정한 개혁을 이뤄내는 게 남은 사람들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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