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다윈 영' 최우혁 "섀도우복싱 하다 스파링에 들어왔어요"
권투 선수 꿈 꾸던 뮤지컬 블루칩
서울예술단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초·재연 출연
최우혁 (사진= 서울예술단 제공)
뮤지컬배우 최우혁(26)은 작년 초연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출연하면서 터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아물고 다시 터지고 깨지고 부서졌다.
중·고교 때 촉망받는 권투 선수였던 최우혁은 4년 전 뮤지컬계 혜성처럼 등장했다. 대형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두 번째 시즌에 괴물 역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데뷔작이었는데 단숨에 주인공을 꿰찼다.
최근 예술의전당은 만난 최우혁은 한층 더 다부져 보였다. "'프랑켄슈타인'이 제 첫 시작을 알렸다면, '다윈 영의 악의 기원'부터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2017년 말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위기가 찾아왔다. 뮤지컬 '밑바닥에서' '벤허'로 호평을 받았지만 '해냈다'는 느낌이 아닌 '겨우 만들어서 버텼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뮤지컬을 그만 둘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금강 1984'의 홍유선 안무감독이 해준 '네 자신이 온전하면 돼'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작년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기존과 전혀 다른 색깔의 고등학생 역인 '현빈'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발판이 됐다.
이 역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유서 깊은 명문학교 '프라임 스쿨'에 재학 중인 열여섯 소년 '다윈 영' 역에 최우혁이 캐스팅되는데 일조했다.
다윈 영이 죄를 용서받고 사회의 일원이 됨과 동시에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뮤지컬적 성인 입문 의례라 할 만하다. 15~27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재연한다.
중압감 때문에 웬만하면 뮤지컬 재연에 출연하지 않는 최우혁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다시 나오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다윈 영이 말 그대로 (다른 배우에게) 주고 싶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온전히 제 힘으로 만든 드문 캐릭터예요. 제대로 갈고 닦고자 했죠."
비극적인 정서가 강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탓이기도 하겠지만 최우혁은 20대 초반에도 데뷔하자마자 어디서 '뚝 떨어진 어른' 같았다. "넌 남자"를 강조한 아버지 덕이다. 고1학년 때 육상 전국대회에 나가 4위를 차지한 뒤 서울체고 스카웃 제의를 받았는데 '네 앞에 3명이나 있다. 할 수 있겠냐'라며 최우혁을 강하게 키웠다.
아버지와 우유 배달을 하며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중 1때부터 읽기 시작한 신문 사설들도 어느새 자양분이 됐다. 최우혁은 "많은 일들에 초연해졌죠"라며 웃었다.
일부 뮤지컬 마니아들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최근 개봉한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최우혁 역시 '조커'를 봤다며 동의했다. "다윈영과 조커가 비슷한 점이 있어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만 이해를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어떤 인물이 낭떠러지에 서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최우혁이 연기력을 증명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출연 이후 연극 출연 제의도 부쩍 늘었다. 새로운 장르에도 출연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고민하고 있다.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고, 동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좀 더 내공을 쌓아야죠. 특히 관객에게 사랑을 받는 것보다 동료, 선후배 배우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정을 받으면, 관객들의 사랑도 당연히 따를 거라고 믿어요."
잘생기고 자기 철학이 뚜렷한 최우혁은 사실 지인들 사이에서 코믹함으로 이름이 드높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주성치다. "주성치의 연기와 작품이 빤할 수 있지만 웃지 않는 사람이 없잖아요. 어떤 상황에서 무조건 직진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죠. 정말 웃긴 연극에 출연하고 싶어요." 직진하는 최우혁의 연이은 스트레이트 펀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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