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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힘들 때 굳이 이겨내려고 하지 않아"

등록 2019.10.15 16: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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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단순히 여자로서 30대로서가 아니라, '서영'에게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사는 게 너무 팍팍하다는 거다. 관계 속에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들이 많은 것 같다. 딸로서, 직장 내 직원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여러 가지 위치로서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힘겨운 자리들을 버텨내야 한다는 자체가 공감이 됐다. 30대 여성이라고 특정하기 보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런 압박감이나 공허함은 모두가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영화 '버티고'의 '서영'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32)의 인터뷰가 있었다. 천우희는 '서영'에 대해 단순히 '같은 여자로서'보다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고공 감성 영화다. '서영'은 재계약을 앞둔 비정규직 근로자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위기를 겪고 있으며 매일 전화로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줘야 한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email protected]



'버티고'는 30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여성 영화인지 여부에 더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모든 영화는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느끼는 게 다 달라야 하고, 그래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성 중심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딱 규정하고 '이렇게 봐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인간 천우희는 이 힘든 세상을 어떻게 버텨 왔을까. 그는 힘든 상황을 겪었을 때, 굳이 이겨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버티려고 버티는 건지, 상황에 놓이니까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선배님들에게 어떻게 오랫동안 배우 일을 버티며 할 수 있었는지 묻곤 한다. 그러면 '어떻게 순간순간을 충실히 해나가다 보니, 힘든 순간을 지나게 됐고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다고 답변들 하신다. 제 스스로가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다 보면 때로 지치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을 겪었을 때, 너무 이겨내려고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힘들 때는 투정도 부리고 엄살을 떨기도 한다.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주저앉았다가 간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email protected]

실제로 그는 영화 '우상'을 찍을 당시 버텨야만 하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 천우희는 "우상을 7개월 정도 찍었다. 이수진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라 욕심이 많았다. 성장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고, 책임감도 컸다. 7개월 동안 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촬영이 길어지다 보니 항상 준비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연기 때문에 눈썹도 없다 보니 외출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모든 걸 소진했다고 느낄 때였다. 처음으로 (열심히 할) 여력이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굳이 이겨내려 하지 않고 1년 동안의 휴식기를 가지며 힘든 시기를 지나치려 애썼다. 천우희는 "여행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며 "돌이켜 보면 힘든 시기도 있었기 때문에 올해 에너지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은 갖지 말자'라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2004년 '신부수업'에서 단역으로 데뷔했다. 올해로 이미 데뷔 16년 차 배우다. 그는 지나온 연기 인생에 대해 "제가 한 해에 평균 작품을 두, 세 편씩 했다고 하더라. 근데 (작품 수에 비해) 내가 피드백을 받는데 남들보다 꽤 오래 걸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 이렇게 하나하나 공들이며 그 세월을 담아온 것도 귀중하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email protected]



그는 2011년 개봉작 '써니'를 찍으면서 진지하게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제가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진중한 생각을 하고 나서는 열심히 한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연기해 보고 싶다. 예전에는 좋은 필모그래피를 갖는 것, 남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영화 '한공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상을 일찍 받았기 때문에 그 후에 시행착오를 여실히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제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앞으로는 (대중에게) 조금 깨지고 스스로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도 안 무너지려고 한다. '시행착오를 겪을수록 내 인생이 더 풍부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하려 한다.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연기에 대해 달라진 태도를 강조했다.

인간 천우희를 대중에게 설명한다면? 천우희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답했다.

그는 수줍게 미소지으며 "저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특출나게 보이거나 튀어 보이지 않으려고 평범하게 지내왔던 것 같다. 수더분하고 모난 구석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되게 긍정적이다. 성격적으로 유난스럽지는 않다. 같이 지내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이기적인 편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배우 천우희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19.10.15 [email protected]



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더분한 성격으로 인해 연애할 때도 잘 싸우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상대의) 어떤 행동에 수긍이 가면 저는 괜찮다. 거짓말을 할 때는 적대감이 들지만,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고 솔직하게 저를 대하면 저는 잘 받아준다. 지금까지 연애를 할 때도 대화로 많이 풀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연애가 체질'이라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면 천우희가 '이것만큼은 체질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긴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은 '먹는 것'이었다.

천우희는 "'유튜브'를 하는 이유도, 제가 연기 이외에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연기 외적으로 에너지를 쏟거나 잘하는 걸 찾고 싶다"라고 고민하다, "제일 자신 있는 건 '먹는 것'이다. 음식을 진짜 좋아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얼굴이나 뼈대가 얇아 많은 분들이 (내가 날씬하다고) 속는다. 그런 것들이 배우로서는 장점이다"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천우희가 열연한 '버티고'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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