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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용기로 기억되다···'판에 박힌 가면' 거부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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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6 09:03:54  |  수정 2019-10-16 09: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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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사진= JTBC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설리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길 바랐던 아이돌 중 한명이었다."(BBC 기사 중 음악 저널리스트 테일러 글래스비 발언)

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25·최진리)가 지난 14일 세상을 안타깝게 등진 이후 뒤늦게나마 그녀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자 했던 그녀의 용기를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살 때인 2005년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한 설리는 2009년 f(x)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전통적인 K팝 아이돌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이돌에게 판에 박힌 틀을 요구하는 세상 분위기에서 비껴갔다. 그녀를 담기에는 한국의 아이돌 업계가 너무 작았다. 

자신의 성향을 숨기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고분고분한 아이돌이 아니었다. 이성과 교제하는 것을 드러내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일부 속 좁은 대중의 과도한 악플이 이어졌다.

설리는 정형화될 수밖에 없는 아이돌 그룹에 더 이상 갇혀있을 수 없었다. f(x)는 가장 개성 강한 걸그룹으로 통했지만, 대한민국 음악산업계에는 한계가 이미 그어져 있었다. 2015년 f(x) 탈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나아가 설리는 전통적 여성상에서도 벗어났다. 여전히 여성을 이미지로 소비하고자 하는 시대에 맞섰다. 설리는 데뷔 초창기 동안의 얼굴과 다른 큰 키로 인해 '자이언트 설리'로 불렸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녀의 모습은 당당해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설리를 보수적인 한국사회 속 ‘페미니스트 파이터’라고 명명했던 이유도 그녀의 당찬 모습이 한몫 했을 것이다.

실제 설리는 대한민국의 지독한 사회적 편견에 지난하게 맞선 이로 기억되고 있다. '노브라 논쟁'이 대표적이다.

설리는 종종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속옷을 입지 않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악플을 단 네티즌들에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다. 어울리면 하는 것이고,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연예 매체들이 앞 다퉈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해도 개의치 않았다.

토마스 J. 왓슨 IBM 전 회장의 명언을 인용, 오히려 당당히 맞섰다. "가시밭길이더라도 자주적 사고를 하는 이의 길을 가십시오. 비판과 논란에 맞서서 당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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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사진= 뉴시스 DB)
한국 사회에서 정형화된 규범과 충동할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자신보다 경력과 나이가 한창 위인 배우 이성민을 ‘이성민 씨’로 지칭한 것을 두고 온라인이 시끌시끌했다.  

우리 언어규범상 '씨'라는 호칭은 상대방을 높이는 말이지만 윗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면서 호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설리는 무조건 비판하는 네티즌들에게 "우린 서로가 아끼는 동료이자 친구"라고 했다. 설리가 이성민을 함부로 대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성민도 설리를 아꼈다.

이런 설리의 행보는 대중, 특히 세상의 가혹한 시선에 억눌린 젊은 여성들에 용기를 줬다. 상당수 많은 남자들이 설리를 '예쁜 아이돌'로 기억하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설리에 대해 "신념을 꺾지 않았던 멋진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알게 모르게 설리의 용기에 감화됐던 이들 사이에서 이제 연대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부도덕한 악플에 당당하게 맞섰던 설리가 잘 이겨내고 있어서 대견스러워했는데,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설리가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리가 악플러들 보란듯이 잘 살고 행복해져서 복수하기를 바랐는데···. 이제는 설리에게 받은 용기를 잊지 않고 나와 다른 여성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겠다"는 연대의 목소리도 있다.

설리와 절친한 가수 겸 배우 구하라는 "그곳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애도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천사 같은 미소는 물론이고 브랜드 행사장 같은 자리에서도 판에 박힌 가면을 뒤집어쓰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태도. 논란 덩어리인 내 허리 위로 겁 없이 손을 올리며 포즈를 취하던 당당함이 좋았다"며 "자유를 향한 저항을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으로 실천한 인간. 그리고 내가 아는 것보다 삼억배는 더 많을 진리의 진실"이라고 적었다.

이제 설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차례다. 설리는 지난 6월 발표한 첫 솔로곡 '고블린'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널 가득 안고 싶은 건 / 너의 맘의 하얀 안개 / 까맣게 물들일게 / 내 방 숨 쉬는 모든 것 /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 나는 여기 있는데 / 내 머리를 만져줘"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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