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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임진왜란 직후 교토로 간 외교사절 사명대사 [종합]

등록 2019.10.16 12: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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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사명대사 진영'. 19세기작.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5.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사명대사 진영'. 19세기작.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BTN불교TV와 공동 기획으로 마련한 '일본 교토 고쇼지(興聖寺) 소장 사명대사 유묵'젼은 한일 양국 갈등의 해소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5일 박물관에서 특별 공개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 개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BTN불교TV와 공동 기획으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특별 공개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6. 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5일 박물관에서 특별 공개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 개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BTN불교TV와 공동 기획으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특별 공개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6. [email protected]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5일 개막식에서 "사명대사 유물은 한일간 다시는 전쟁과 불안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사명대사의 기원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깃들어 있다" 라며 "사명대사가 남긴 글에는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이끌어 백성을 구하고자 한 마음과 구도자라는 승려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한 뜻이 있다. 양국이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는 요즘 문화교류 증진으로 관계가 회복되고 평화와 우호증진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사명대사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지혜를 이룬 부처님 제자였고, 꺾이지 않는 기개를 지닌 승병장인 동시에 단절된 국교와 끊어진 조선통신사 행렬을 다시 이어 칼의 시대에서 붓의 시대, 전쟁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라며 "한일 양국의 정치인과 국민이 반목과 대립으로 갈등하는 지금 우리 불교가 해야 할 일은 이 자리를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조계종도와 한국불자들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한일 양국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발원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고쇼지 주지 모치즈키 고사이 스님이 15일 박물관에서 특별 공개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 개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BTN불교TV와 공동 기획으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특별 공개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6. 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고쇼지 주지 모치즈키 고사이 스님이 15일 박물관에서 특별 공개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 개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BTN불교TV와 공동 기획으로 '일본 교토 고쇼지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특별 공개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6. [email protected]


고쇼지 주지 모치즈키 고사이 스님도 "사명대사는 포로 송환을 위해 일본을 찾았지만 일본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평화관계를 구축하는 일에도 매진했다"라며 "이번 특별 공개가 한일 양국의 소원해진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도 "사명대사의 흔적을 거슬러 가면 여러 가지가 보인다. 일본과 한국의 선인은 어려운 양국 관계를 지혜를 결집해 시대를 잘 헤쳐나갔다" 라며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도 이런 선인들의 여러 지혜, 노력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승장 사명대사, 임진왜란 후 한일 외교사절로 나서다

사명대사(1544~1610)는 조선 중기의 고승이자 승장이다. 법명인 유정(惟政)보다 당호인 사명당(泗溟堂)으로 더 유명하고, 존경의 뜻을 담아 사명대사(泗溟大師)라고도 부른다. 임진왜란 때인 1592년 의병을 모아 순안에서 활약했던 사명대사는 체찰사 류성룡을 따라 명나라 장수들과 협력해 평양회복 등 전공을 많이 세워 당상(堂上)에 올랐다.

사명대사의 외교력은 이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594년 사명대사가 일본군 요새인 서생포 성으로 가토 기요마사를 찾아갔다. 목적은 적정 탐방과 비밀로 진행됐던 명·일 강화회담 내용 탐문이었다. 적진에 간 사명대사는 '북해 송운(松雲)'이라 자칭하고 '대선사(大禪師)'라 소개하면서 가토를 만났다고 전해진다. 휘호를 청한 가토에게  '자기 물건이 아니면 털끝만치라도 취하지 말라’는 필묵을 써 줬다. 사명대사는 필담으로 가토를 압도하면서 가토가 일본군 선발대였던 고니시 유키나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보도 이용해 명·일 강화조건으로 조선 8도를 분할해 남쪽 4도 일본에 할양, 왕자를 일본에 보내기 등 5개 조항을 알아냈다.

사명대사의 외교술은 임진왜란 후에 두각을 보여줬다. 사명대사는 1604년 대마도를 방문해 도쿠가와의 재침 위협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라는 선조의 명을 받고 일본에 가게 됐다. 당시 대마도주가 조선에 보낸 사신은 일본의 새 통치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으로 조선이 강화에 응하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마도에서 3개월 머무른 뒤 예정에 없던 일본 본토로 간 사명대사는 1605년 2월과 3월 두 차례 후시미성에서 도쿠가와를 만났다. 일본과의 서한, 석장비 등  기록에 따르면 사명대사는 도쿠가와로부터 일본은 조선을 다시 침략하지 않는다, 상호 화평의 상징으로 통신사 교환, 일본에 끌려간 피로인 송환, 전란 중 선릉과 정릉을 도굴한 범인을 조선에 인도 등의 합의를 끌어냈다.
   
사명대사의 외교적 노력은 이듬해 5월부터 남녀포로 3000여 명이 조선에 돌아오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1607년에는 일본에 조선 통신사 파견으로도 이어졌다. 1차 사절단은 일본이 보낸 국서에 답하고 조선인 포로를 찾아온다는 뜻의 '회답 겸 쇄환사'였다. 이에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하고 조선은 1811년까지 일본에 12차례 통신사를 파견했다.   

 ▲ 교토에서 보여준 사명대사의 소프트파워 외교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사명대사 관련 유물 총 7건 7점 중 유묵 5점은 당시 사명대사가 도쿠가와와 만나기 전 고쇼지에 머물면서 들려들아게 남긴 작품이다. 한시인 '최치원의 시구', '벽란도의 시운(詩韻)을 빌려 지은 시'와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최치원의 시구',1605작. 교토 고쇼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5.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최치원의 시구',1605작. 교토 고쇼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mail protected]


'나팔 소리 들리고 아침저녁으로 물결 일렁이는데, 청산의 그림자 속을 지나간 이 예나 지금 몇이나 될까'란 내용의  '최치원의 시구'는 사명대사가 1605년 친필로 썼다. 속세를 떠난 듯한 초연함을 노래한 이 구절은 자화사의 자연 풍경을 세심히 묘사하고 있다. 사명대사는 고쇼지의 기풍이 자화사처럼 탈속적이란 뜻을 담아 이 시구를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는 임진왜란부터 10여 년간을 돌아본 사명대사의 감회를 표현하고 있다. 고려 말 문신 유숙(1324-1368)의 시 '벽란도를 차운해서 지은 이 시는 속세에서의 일이 곧 끝날 줄 알았으나 어느덧 10년을 넘겼고, 일본에서의 임무를 잘 마무리한 뒤에 속세를 정리하고 선승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명대사의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1605년작. 교토 고쇼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9.10.15.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15일부터 11월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1605년작. 교토 고쇼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mail protected]


교쇼지 승려들과의 소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와 '자순불법록'이 있다.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는 사명대사가 교토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1559~1619)에게 도호(道號)를 지어 주며 함께 보낸 글이다. 사명대사는 엔니의 자(字)를 허응(虛應), 호(號)를 무염(無染)으로 지었다. 이는 관세음보살이 두루 중생의 소리를 듣고 살핀다는 뜻이 담겨 잘 새겨서 마음에 간직하라는 내용이다. 또 계속 정진하고 중생 구제에 힘쓸 것을 강조하는 시도 적어 줬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속세의 임무와 수행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명대사의 뜻이 담겼다.

'자순불법록'은 엔니가 선종(禪宗)의 기본 개념과 임제종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10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정리한 글이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사명대사에게 이 글을 보이고 가르침을 받고자 했던 엔니는 1만 리 길을 가지 않고 이곳에 앉아서 자신이 속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사명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된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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