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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음반, 모든 경험에 초대장"···반세기 전시 'RE:ECM'

등록 2019.10.17 16: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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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프레드 아이허가 세운 세계적인 음반사

18일부터 내년 2월29일까지 현대카드 '스토리지'

ECM 레코드 창립 50주년 전시 'RE:ECM' (사진= 현대카드 '스토리지 제공)

ECM 레코드 창립 50주년 전시 'RE:ECM' (사진= 현대카드 '스토리지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에디션 오브 컨템포러리 뮤직'의 머리글자를 딴 독일 음반 레이블 ECM 레코드는 1969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됐다.

아티스트가 존경하는 아티스트인 만프레드 아이허 대표가 세웠다. 고급스런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아이허답게 '소리의 절대미학'을 목표로 클래식의 녹음시스템을 적용, 격조 있는 음악으로 만든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아이허는 베를린 음악아카데미에서 음악을 공부했으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기도 하다.

그런 아이허가 이끄는 ECM은 지금까지 재즈, 클래식, 뉴에이지, 월드뮤직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음반 1600장을 제작했다. 키스 재릿, 얀 가바렉, 칙 코리아, 팻 매스니 등을 세계적인 뮤지션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대카드의 이태원 전시공간 '스토리지(Storage)'가 ECM 레코드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RE:ECM'전을 연다. 18일부터 내년 2월29일까지 펼친다.

개관 전날인 17일 영국 출신 드로잉 작가 샘 윈스턴은 스토리지에서 "아이허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여겼다. 그는 존 케이지의 음반 '애스 잇 이스(As It Is)'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그에 따른 반응을 드로잉으로 기록한 작품을 이번에 전시한다.

"ECM 음반, 모든 경험에 초대장"···반세기 전시 'RE:ECM'

윈스턴은 "보통 지금의 음악은 디지털 문화 속에서 단시간에 소비된다. 하지만 ECM 음악은 모든 경험에 깊숙하게 초대장을 보낸다"고 들었다. "이번 전시 작품의 포인트는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닌 그 반응의 표현을 담은 겁니다."

'RE:ECM' 전시는 지난 반세기 동안 ECM이 걸어온 발자취를 다양한 시각적 구성을 통해 보여준다. ECM에서 음반 녹음 시 실제 사용한 아카이브 자료와 6팀의 초대작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윈스턴을 비롯한 초대작가들은 사운드 설치 작품과 드로잉, 인포그래픽, 이미지 프로젝트 등을 통해 ECM의 역사와 의미를 재해석한 신작을 선보인다.

미국 출신 릭 마이어는 ECM이 사용했던 초창기 로고 타입을 활용해 레이블의 역사를 숫자로 기록한 인포그래픽 작품을 내걸었다. 서현석 & 하상철 작가는 아이허와 익명의 뮤지션이 나누는 상상의 대화를 그린 VR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ECM 음반, 모든 경험에 초대장"···반세기 전시 'RE:ECM'

아이허가 음악가와 같이 자동차 여행을 다니면서 음악을 구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 등에서 내용을 발췌하고 어떤 부분은 상상하며 재구성했다. 음악뿐 아니라 적막, 침묵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다. 음악을 들을 때 체험하는 듯하지만 그 청취가 끝나고 나면 물리적인 흔적이 남지 않는 아련한 순간을 그린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라스 울리히는 ECM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인터렉티브 3D 그래픽 작품으로 그린다. 그는 ECM 음악이수평적으로 진화하는 특징이 있다고 봤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MMBP'는 ECM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한 독특한 감성의 앨범 커버를 활용한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 50년간 발매된 1600여 장의 ECM 음반 중 220개의 앨범 커버 이미지를 선택했다.

독일의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작곡가인 마티스 니치케는 뮤지션 키스 자렛과 만프레드 아이허가 레코딩 도중 탁구를 하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1380시간 동안 ECM 음반에 실린 약 1600곡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규모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탁구대처럼 두 편으로 나뉜 공간은 조명이 번갈아 켜지고 꺼지며 음반을 순차적으로 들려준다.

"ECM 음반, 모든 경험에 초대장"···반세기 전시 'RE:ECM'

18일 오후 12시에 ECM이 처음 제작한 음반의 트랙을 들려주고 폐관날에는 당시 시점으로 마지막으로 제작한 앨범을 들려준다. 이 공간은 전시 기간 24시간 내내 음악이 멈추지 않는다. 니치케는 "ECM 50년을 아카이빙 해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다양한 ECM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여진 협력 프로듀서는 "ECM 전시는 영국, 그리스, 독일 등에서도 열렸는데 주로 커버 이미지를 벽에 거는 미술 형태의 전시 방식이었다"면서"이번 전시는 음악, 음반사의 내면과 생각, 철학, 감성, 감각을 주로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CM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1995년 김덕수 사물놀이가 오스트리아 그룹 '레드선'과 합작한 앨범을 냈고, 2013년에는 재즈 보컬 신예원이 해외 건반연주자와 작업한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ECM 음반, 모든 경험에 초대장"···반세기 전시 'RE:ECM'

작년에는 재즈 그룹 '엔이큐'(NEQ·니어 이스트 콰르텟)의 3집 '니어 이스트 콰르텟'이 이 레이블을 통해 나왔다. 이 음반은 한국 음악가들만의 연주로 채워진 첫 앨범이었다. 

음반 계약은 ECM의 한국인 프로듀서 정선이 아이허에게 들려준 뒤 성사됐다. 정 프로듀서는 지휘자인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차남이다. 신예원과 부부 사이기도 하다.

정 프로듀서는 "니어 이스트 콰르텟의 다른 앨범을 발매 예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직 다른 한국 뮤지션과 작업할 계획은 없으나, 아이허가 허락한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허는 지난 2013년 아시아 첫 ECM 전시회를 기념, 내한한 적이 있다. 당시 음악은 체험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카세트 테이프를 포장지에서 뜯어 낼 때 소리와 테이프에서 나오는 잡음, 나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범위 안에 다 포함된다고 여긴다. LP 같은 경우도 판에 바늘이 닿을 때 나는 잡음과 판을 재킷에서 꺼낼 때 느낌이 다 음악적 경험이다. 그런 경험을 못한 사람은 다운로드 받는 경험이 전부겠지만 내 기준으로 음악이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아이허의 그런 음악 태도가 물리적으로로 실현됐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월요일은 휴무다. 이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현대카드 스토리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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