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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실수요…"잘 사는 동네 가자" vs "못 살겠다 이사 가자"

등록 2019.10.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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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입지 거주지별 주택 매매거래 분석해보니

실수요 늘어도, 살던 동네 떠나는 '원정 주택매매'↑

강남 등 거주선호지역 '실거주+투자=갈아타기' 활발

반면 탈서울 지속·전월세 늘어…"서울, 정주여건 악화"

엇갈리는 실수요…"잘 사는 동네 가자" vs "못 살겠다 이사 가자"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올해 서울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살던 동네에 집을 장만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높은 집값과 주택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실수요자들의 선택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도권에서 서울로, 서울 내에서도 거주 선호 지역으로 이주하는 갈아타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다. 반면 여전히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꾸준하다. 또 20~30대의 전월세 계약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 젊은 층은 높은 집값에 주택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주택매매 거래현황을 보면, 올해 1~9월 집계된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량 7만7765건 중 '관할시군구내' 거래 비중은 43.3%로, 지난 2007년(42.8%) 이후 약 12년 만에 최저다.

관할시군구 내 거래는 살던 동네에 집을 장만하는 것으로, 실수요 중심의 주택시장일수록 이같은 거래의 비중이 높다.

정부가 지난해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9·13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오히려 살던 동네를 떠나서 집을 사는 '원정 주택 매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관할시군구 내 거래비중은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6년 45.2%에서 이듬해 42.8%로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서울 집값 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 55.8%(2014년)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2015년 54.3% ▲2016년 51.1% ▲2017년 48.4%로 떨어지다 지난해는 43.8%까지 줄었으며 올해도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매입한 서울의 주택 비중도 올해 크게 늘었다.

서울의 올해 1~9월 현재 관할시도외 거래비중은 22.4%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20.8%)을 웃돌며 역대 최대다. 서울 자치구 전반에서 주택매매 거래가 크게 부진하지만, 외부에서 서울로 유입되는 수요는 꾸준한 탓이다.

감정원은 서울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이 같은 원정 매매가 늘어난 배경으로 '똘똘한 한 채'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서울 외곽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초 9510세대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의 입주대란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송파구 지역의 주택 공급 증가에도 하남 지역 이주 수요가 이를 메우고, 하남 지역의 주택은 경기도 외곽에서 채우면서 물량이 소화되고 하락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다주택 소유보다는 실거주용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기 위한 이같은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꾸준하다는 게 감정원의 분석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세금 공제에 대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강남이나 강북 일부 지역 등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주하기 위한 매매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서울 인구는 3만368명 감소했지만 송파구(9385명↑), 동작구(1301명↑), 강남구(127명↑) 등은 인구 유입이 더 많다. 성북구(5515명↑), 관악구(217명↑) 등 새 아파트 공급 지역도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정주 여건 개선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곳에 주택을 사는 행위는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기적 성격의 매매라고 봐야 한다"면서 "주택이 투기재로 변질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높은 집값 등 정주여건 탓에 살던 동네를 떠나는 이주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8월 서울의 시군구내 인구이동은 26만5616명으로, 전년(28만4583명) 대비 6.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시군구(36만41명)나 다른 시·도(35만8359명)로 이주했다. 동네에서 살 집을 구하기보다, 살 만한 동네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이주가 많았다. 올해 1~8월 서울에서 경기도 순이동(전출-전입) 인구는 6만383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8만9659명)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다만 서울 내 머물며 청약을 노리는 대기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20~30대 전월세 계약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수는 32만508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0만5655명으로 6.4%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와 다른 연령대간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20대(19~29세)는 같은 기간 6만9786명에서 8만7117명으로 24.8% 증가했고, 30대(30~39세)도 8만7662명에서 9만6050명으로 9.6% 늘었다.

반면 50대(-5.8%), 40대(-3.6%), 60대(-3.3%), 70대 이상(-3.5%) 등 다른 연령대에서는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박 위원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70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서울 내 정주 여건에 어려움이 많아졌다"면서 "서울 외곽으로 이주하거나 청약에 올인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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