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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이후 싹 바뀐 文연설문…'공정' 전진배치로 민심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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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22 14:10:25
'평창·조국' 국면에서 둔감했던 공정성…반복 않겠단 '셀프 반성문'
"혁신·포용·공정·평화…예산안에 담은 4가지 국정 운영 목표"
"국민 삶 속 모든 불공정 과감히 개선…국민 기대에 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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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2.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확장 재정의 필요성에 역점을 뒀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대폭 수정됐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인 '공정사회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진 배치했다. 국론 분열 양상에서 확인한 비판 목소리에 발빠르게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0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우리 사회는 지금 개인의 가치가 커지고 인권의 중요성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됐다"며 "지금은 우리가 가야 할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을 모을 때"라고 덧붙였다.

두 달 이상 '조국 국면'이 벌어지는 동안 국론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대표되는 진보와 보수 진영 양 갈래로 나뉜 것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이해를 위해 필요한 관용적 태도를 갖출 때에 비로소 공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주된 공격 포인트가 됐던 정부의 '닫힌 자세'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지지층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진정한 공정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반성적인 인식이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부모세대가 이룩한 경제적 토대 위에, 아들딸 세대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립했다"며 "우리가 책임 있는 중견국가, 민주국가로 성장한 것은 모든 세대, 모든 국민의 땀방울이 모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차이를 언급한 것은 공정성의 가치 훼손에 유독 기민하게 반응한 청년층의 이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정부가 젊은 세대들의 변화된 목소리를 읽지 못했다는 자성적 인식의 출발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는다"며 예산안에 담긴 4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예산안에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담겨 있는데 그 목표를 혁신·포용·공정·평화 4가지로 잡았다는 게 문 대통령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더 활력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로 정했다.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기존 국정운영 철학에 비춰볼 때 공정성을 강조한 부분이 그동안의 예산안 연설문과 다른 눈에 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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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2. photothink@newsis.com
문재인정부는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위에서 '공정한 대한민국'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실제로 공정의 가치는 당면 과제에 밀려 '잊혀진 가치'로 남게됐다는 냉소적 평가를 받았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뼈아픈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한 차례 공정성 논란이 크게 일었던 사례가 있다. 당시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라는 당위적 가치에 매몰돼 2030세대가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을 주목하지 않았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원치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고 믿고 있다"면서 "평창의 성공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우리는 물론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올림픽 성공만을 강조했었다.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몇 년을 노력했던 선수들이 남북 화합이라는 명분 아래 출전이 좌절됐고 2030세대들은 취업난 등의 어려운 현실에 감정 이입하며 공정성 논란의 휘발성은 더해졌다. 70%대를 상회하며 고공비행 중이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때 60%선까지 무너지는 등 크게 출렁였다.

결국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에서 "우리는 지난 겨울,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었고 이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공정함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됐다"며 사실상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젊은세대가 요구한 '결과적 공정성'에 대한 불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재점화됐다. 딸 조민씨의 대학원 장학금 지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됐다.

두 달 이상을 버텨오던 조 전 장관은 마지막 사퇴 입장문에서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이며 국정과제"라며 "정부는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정성 논란을 두 차례 반복했던 실수를 더이상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예산안 시정 연설문에도 담아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아질 수록 사회는 더욱 성숙하고 발전"이라는 연설문 속 표현은 다분히 청년들을 의식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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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9.10.22.since1999@newsis.com
그러면서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자,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며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에 공정의 가치를 두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의 엄정한 추진과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 개편안 등 교육의 불공정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약속한 것도 과거 2030세대들의 분노에 공감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 문 대통령의 부채 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자신의 실수에 대한 이른바 '셀프 반성문' 성격으로도 읽힌다.

연설문 속 '공정 사회'에 대한 메시지는 준비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지난 14일 시정 연설 대비 4차 강독(講讀)이 진행됐는데 문 대통령이 '공정'에 대한 기조를 대폭 반영하라는 주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연설문 뒷부분에 공정사회 구현에 대한 약속을 언급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청와대 안팎의 전망과 달리 이날 메시지 대부분이 공정사회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연설문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를 '공정'에 두고 모든 국정 철학과 접목 시켰다.

서두에서부터 국민들이 공정사회를 추구하게 된 배경을 언급했고 4가지 예산안 목표 중 공정의 개념이 추가됐다. 적지 않은 분량을 별도로 할애하며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점에 관해 성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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