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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故이수현 추모 현장서 "한일 우호 훼손 어리석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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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22 17:02:07
일본인 구하려 철로에 몸 던진 한국 청년
"한일 간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되지 않아"
"인간애는 국경도 넘어…헌신의 마음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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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도쿄 고쿄(皇居)에서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 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황궁에 도착해 의전 받고 있다. 2019.10.22.
【도쿄=뉴시스】김지현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001년 지하철 선로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의 추모비를 찾아 "한일 간 50년이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걸친 우호·협력의 역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 지하철역을 방문해 이씨의 추모비에 헌화한 뒤 취재진과 만나 "한일 두 나라는 길게 보면 1500년의 역사가 있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50년 남짓한 식민 역사가 한일관계의 전부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이 표현을 처음으로 쓴 사람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도 밝혔다.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 반성 및 한일 교류의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받는다.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던 고 이수현씨는 2001년 1월26일 귀갓길에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로 추락한 일본인 취객을 목격, 다른 일본인과 함께 취객을 구하려 몸을 던졌지만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치여 숨졌다.

당시 일본 언론은 26세에 불과한 한국 청년의 의로운 죽음을 대서특필했고, 이씨가 다니던 아카몬카이 어학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일본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본 주요 매체에는 수천건의 격려 메시지와 조위금이 접수됐다.

양국 국민들을 감동시킨 이씨의 살신성인의 정신은 정치 지도자 간 교류로도 이어졌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당시 일본 총리가 이씨의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을 추모했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도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신오쿠보역에는 이씨를 추모하는 내용의 추모동판이 설치됐다. 동판에는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씨는 2001년 1월26일 오후 7시15분경,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위험을 무릅쓴 채 용감히 선로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하려다 고귀한 목숨을 바쳤다. 두 분의 숭고한 정신과 용감한 행동을 영원히 기리고자 여기에 이 글을 남긴다"고 적혔다.

이 총리는 이씨의 희생정신을 생각하며 추모비를 응시하고, 두 손을 모아 묵념했다. 또 10초 가량 추모비를 바라보며 쓰인 글귀를 읽었다.

이 총리가 이씨를 추모하는 현장에는 NHK, TBS,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이 취재를 나왔다. 지하철역을 오고가는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이 총리는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는 것을 두 분의 의인이 실천해 보였다. 그런 헌신의 마음을 추모하기 위해서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관계가 좋아도 왔을 것"이라며 "이수현 의인 같은 분들이 국경을 생각해서 몸을 던졌겠나.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거듭 말했다.

f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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