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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카다레 "북한문학과 상황, 알바니아도 잘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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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23 16:33:06  |  수정 2019-10-24 09:27:09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 방한
페터 한트케 비판 "인종학살 찬성은 작가로서 수용가능한 한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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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년 제9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로 불린다. 2009년 발표작 '잘못된 만찬'을 국내 출간한다. '잘못된 만찬'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의 침략을 겪은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라의 동요를 그린 작품이다. 2019.10.23.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문학은 늘 인간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동유럽 작가들이 문학이 지니고 있는 의무를 배신한 작품들을 좀 많이 썼어요. 문학이 본질을 잃고 급이 떨어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83)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동유럽 문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은 카다레는 "먼 나라에서 온 작가인데,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큰 기쁨은 전세계 독자들과 만남을 갖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은 먼 곳에 고립되어 있던 나라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국이 굉장히 먼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알바니아에 잘 알려져있다. 나라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알고 있다. 한국 문화는 물론이고, 한국 문학의 지위도 점점 향상되고 있다. 북한의 문학과 상황은 알바니아에도 잘 알려져 있다. 북한에 문학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진지하게 수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 작품을 읽어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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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년 제9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가의 오른쪽은 오른쪽은 부인 엘레나 구스 카다레(ELENA KADARE).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로 불린다. 2009년 발표작 '잘못된 만찬'을 국내 출간한다. '잘못된 만찬'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의 침략을 겪은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라의 동요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2019.10.23.chocrystal@newsis.com
알바니아 남부 지로카스트라 태생의 카다레는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2009년 스페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문학부문)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받았다.

1960년대 독재 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던 알바니아의 실상을 세계에 알렸다. 모든 작품에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의 역사와 정서를 담았다. 유럽의 변방,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인 알바니아는 오랫동안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20세기 초 독립해 왕정을 수립했으나, 제2차세계대전으로 파시스트 군대의 침략을 받았다. 전쟁 후에는 엔베르 호자의 혹독한 독재 체제 아래 유럽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의 길을 걸었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 형성된 알바니아 특유의 민족 정서와 관습, 여러 외부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문화, 비극적인 현대사의 면면은 카다레 문학 세계의 근간이 됐다. 그는 작품 속에 이런 상황을 다양한 방식으로 녹여냄으로써 유럽에서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알바니아의 정치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작가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직전 프랑스로 망명, 파리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는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로, 서양 세계와 동양의 경계점에 있다"며 "가장 독재적이면서도 동시에 공산주의 국가다. 이탈리아 국경과는 80㎞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로마에서는 120㎞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알바니아에서는 서방 세계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며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알바니아 사람들은 그것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서방세계로부터 가까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전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알바니아에서는 말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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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년 제9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로 불린다. 2009년 발표작 '잘못된 만찬'을 국내 출간한다. '잘못된 만찬'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의 침략을 겪은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라의 동요를 그린 작품이다. 2019.10.23.chocrystal@newsis.com
카다레는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일약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돌의 연대기' '꿈의 궁전' '부서진 사월'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광기의 풍토' 등이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은 45개국에 번역·출간됐다. 그는 "알바니아 출신인 내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알바니아에 대해 환상적 상상에 깃든 이미지가 있을 수 있는데, 기자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서방세계에서 나의 책이 처음 출간되기 시작했을 때 그 나라들은 사실 알바니아가 적이라고 규정했던 나라와도 같았다. 알바니아에서는 인권의 인식이 끝났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 나라에서 나의 작품들을 쭉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극단적으로 기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작품 속에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독재자들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유명할수록 더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신화와 전설, 구전 민담 등을 자유롭게 변주해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냈다. 최근 국내 출간된 '잘못된 만찬'(문학동네)은 그의 문학 세계를 뚜렷이 드러낸다. 혼란스러웠던 알바니아의 비열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이다.
풍자 형식을 취한 것에 대해 카다레는 "나를 비롯한 알바니아의 동료 작가들, 알바니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정권 아래 있었던 모든 작가들이 권력에 대항해 표현할 수 있었던 방법을 찾아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계 어딘가에서 비극적인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신화와 전설을 적극 수용해서 작품을 구성하는 것은 혼자만의 문학적 시도가 아니다. 수세기에 걸쳐 많은 작가들이 했던 걸 나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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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년 제9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로 불린다. 2009년 발표작 '잘못된 만찬'을 국내 출간한다. '잘못된 만찬'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의 침략을 겪은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라의 동요를 그린 작품이다. 2019.10.23.chocrystal@newsis.com
그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인종학살에 찬성한 페터 한트케에 대해 많은 서방세계 언론에서 나온 비판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트케와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인간적인 친분이 있다. 하지만 작가로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알바니아는 정치적인 상황과 작품을 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나도 그것에 동의하지만, 문학이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종학살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수용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문학은 자유로운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 어떤 것에 도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문학이 외부 요소에 의해 훼손, 파괴되는 일이 수세기에 걸쳐 있었다. 번역을 통해 전달되는 보편성이 문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알바니아의 정치적 상황이 변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알바니아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문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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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년 제9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로 불린다. 2009년 발표작 '잘못된 만찬'을 국내 출간한다. '잘못된 만찬'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의 침략을 겪은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라의 동요를 그린 작품이다. 2019.10.23.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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