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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제시 삭발·성폭력…학생선수 합숙소 '인권은 없다'

등록 2019.10.23 17: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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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중·고교 조사…근거리 학생 등도 합숙생활

10명 이상 생활…별도침대 없고 방바닥서 지내

외출제한·샴푸 꼭지 한방향 정리 등 규율 과도

상습구타·유사성행위 강요 등 피해 사례 확인

【서울=뉴시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조사한 전국 중·고교 총 16개 학교의 학생기숙사 중 한 곳. 2019.10.23. (사진 = 인권위 제공)

【서울=뉴시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조사한 전국 중·고교 총 16개 학교의 학생기숙사 중 한 곳. 2019.10.23. (사진 = 인권위 제공)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학생선수들이 생활하는 합숙소에서 과도한 규율이 강요되고 폭력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전국 중·고교 총 16개 학교의 학생 기숙사(합숙소)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인권위는 선정 학교의 학생선수 기숙사를 직접 방문, 50명의 학생선수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실시했다. 그 결과, 대다수 학생선수들에게 합숙생활이 강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전국 초중고 학생선수 기숙사 약 380개 중 157개 기숙사에서 근거리 학생을 포함해 상시적인 합숙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원거리(통학거리 1시간 이상) 학생들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학생선수 기숙사 관련 현행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한 학교는 학생선수 5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3개월간 전체 선수가 교외 다세대 주택에서 합숙훈련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숙소 환경은 열악했다.

인권위가 조사한 합숙소 16곳 중 10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곳은 4곳이었다. 6곳은 7인 이상이 한방에서 생활했다. 별도의 침대없이 방바닥에서 생활하거나, 천정이 매우 낮고 비좁은 옥상 방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곳도 있었다.

휴대전화 사용제한, 외출제한, 이성교제 적발시 삭발, 인원보고 1일 4회 실시, 의류 각 잡아 개기, 샴푸 꼭지 한 방향으로 정리, 관등성명 외치기 등 인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생활 규율도 많았다.

폐쇄회로(CC)TV는 총 14곳에 설치, 운영됐는데, 감시목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한 고교 야구부 합숙소 CCTV는 설치근거와 목적 등에 대한 안내 없이 설치돼있었고, 영상정보는 기숙사 내부 지도차실로 실시간 전송됐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합숙소 내에서 상습 구타와 단체기합, 동성선수에 의한 유사 성행위 강요, 성희롱 등 총 4건의 피해 사례도 확인했다.

중학교 때 코치로부터 개인적 만남과 음주를 강요받다 고등학생이 돼 성폭행 당한 사례도 있었다.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인권위는 "각종 편법과 부실로 운영되는 학생선수 기숙사가 인권친화적으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며 "교육 당국의 감독 강화 등 정책 개선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의 이번 조사결과는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 YMCA 대강당에서 '합숙소 앞에 멈춘 인권 - 학생선수 기숙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토론회'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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