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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임기 끝 ECB 떠나는 드라기…'슈퍼 마리오' 혹은 '드라길라'

등록 2019.10.24 16: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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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위기 유로존 구했다" 슈퍼 마리오 평가

마이너스 금리, 돈 풀기 정책 실효성 의문도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월2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2019.10.24.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월2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2019.10.24.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유로존을 구한 '슈퍼 마리오'라는 극찬과 전례 없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왔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23일(현지시간) BBC, AFP통신 등은 어려운 시기 ECB를 이끌어온 드라기 총재가 24일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고 보도했다. 임기는 오는 31일까지이다. 신임 총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맡는다.

BBC는 유로존 위기 극복 시기에 닌텐도 게임 캐릭터 이름을 딴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드라기 총재를 소개했다.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선 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구했다고 본다.

드라기 총재가 2011년 11월 총재직을 맡았을 때 그리스 발(發) 유로존 금융위기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상황이 악화하자 유로존이 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그리스의 옛 화폐인 '드라크마'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BBC에 따르면 다른 유로존 국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부채 상황도 좋지 않았다. 한 국가라도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거나 유로존 탈퇴를 단행하면 유로존 존재에 치명적인 도전이 될 터였다.

이들 국가의 차입 비용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들이 유로존을 탈퇴해 가치를 잃은 기존의 자국 화폐로 채무를 갚아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당시 투자자들은 우려했다고 BBC는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 시점에서 개입했다.

그는 유로존 정부의 채권을 사들이는 '무제한 국채 매입프로그램(OMT)'을 도입했다. ECB가 저금리로 시중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장기대출(LTRO)도 실시했다.

2012년 7월 영국 런던에서 한 연설은 드라기 총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ECB가 가진 권한으로 ECB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나를 믿어달라. 조치는 충분할 것(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냈다. CNBC는 드라기 총재가 남긴 유산은 "필요한 모든 조치(whatever it takes)"라는 3단어로 설명된다고 평가했다.
【 브뤼셀=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가 9월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9.10.24.

【 브뤼셀=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가 9월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9.10.24.

드라기 총재가 후임자에게 남긴 숙제도 있다. ECB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아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ECB는 2014년 6월 출범 이후 최초로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유로존은 돈을 맡기면 돈을 줘야 하는 이상한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로 편입된 최대 규모의 경제권이라고 BBC는 전했다.

ECB는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도 단행했지만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 QE는 언뜻 OMT와 비슷해 보이지만 차입 비용 문제가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OMT와 다르다고 BBC는 강조했다.

유로존을 이끄는 독일을 중심으로 경고 신호가 나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1% 줄었다. 3분기에도 역성장한다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통상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면 경기침체로 일컫는다.

금리와 QE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ECB가 11월부터 매달 200억 유로 규모의 자산매입을 재개한다고 지난달 발표하자 독일 측 이사는 사퇴해버렸다.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와 같은 유로존 핵심 경제국들의 중앙은행들이 모두 자산매입 재개를 비판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저금리 장기화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있다. 독일 신문 빌트는 최근 드라기 총재를 흡혈귀 드라큘라에 빗대 '드라길라'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가 독일 예금 계좌를 빨아들여 텅텅 비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CNBC는 드라기 총재가 유로를 구하고 그 어느때보다 ECB를 분열시켰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 여건도 좋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AFP는 라가르드 전 총재가 기력을 다 잃은 유로존과 직면하도록 두고 드라기 총재는 ECB를 떠난다고 전했다.

라가르드 전 총재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그는 11월1일 취임한다.

IMF는 유로존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1.2%, 1.4%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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