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류 조상, 칼라하리에 출현해 기후변화로 이주"…세계 첫 규명

등록 2019.10.29 01: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IBS, 현생인류 발상지와 최초 이주 원인 규명해 네이처 논문 게재

IBS-호주-남아공 공동 연구진이 DNA 추적과 古기후 연구로 밝혀

【서울=뉴시스】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이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인류 조상, 기후변화로 인해 첫 이주했다' 관련 연구내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이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인류 조상, 기후변화로 인해 첫 이주했다' 관련 연구내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현류 조상의 가장 오래된 혈통이 20만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해 13만년 전 기후 변화로 이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현생인류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과 함께 현생 인류의 정확한 발상지와 이주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Nature)'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공동 연구진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후손들의 DNA를 추적해 현생 인류의 정확한 발상지를 밝혔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유골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반면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L0의 후손)은 남부 아프리카에 주로 거주하기 때문이다.

현대 유전학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20만년 전 현생 인류의 공통 모계 조상을 추적했다. L0는 현생인류 최초 어머니에서 처음 갈라져 나온 혈통으로 현재도 L0 후손들이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연구진은 L0 혈통의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 기존의 1019개 표본으로 작성된 L0의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다시 작성했다. 새 연대표에는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희귀 하위 계통이 추가됐다.

유전자 하위 계통의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개선된 연대표와 후손들의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연계해 최초의 이주 경로와 발상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남아프리카에 남아있는 L0 유전자 그룹 후손들은 인류 유전 역사 중 가장 오래된 부분을 갖고 있다. 많은 개인으로부터 획득한 미토콘드리아DNA 염기서열을 통해 연구진은 L0 그룹의 하위계통 발생 연대표를 재구성했다. 유전자 계통 지도로부터 유전적 발산 시간을 추정하면 과거 이주들의 연대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남아프리카에 남아있는 L0 유전자 그룹 후손들은 인류 유전 역사 중 가장 오래된 부분을 갖고 있다. 많은 개인으로부터 획득한 미토콘드리아DNA 염기서열을 통해 연구진은 L0 그룹의 하위계통 발생 연대표를 재구성했다. 유전자 계통 지도로부터 유전적 발산 시간을 추정하면 과거 이주들의 연대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IBS 연구진은 현생인류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지금까지 현생인류의 최초 이주 원인으로 건조해진 기후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가설과 녹지 개방으로 사냥과 수렵 채집을 하며 녹지축을 따라 이동했다는 가설 두 가지가 존재한다.

 연구진은 어떤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질학적 데이터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기후와 식생 변화에 대한 증거를 수집했다. 해양 및 육지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2만1000년의 주기로 남아프리카에서 습하고 건조한 상태가 반복되는 패턴을 확인했다. 

즉, 해양 퇴적물 등 고(古)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으로 지구 자전축의 느린 흔들림(세차운동)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밝혔다.

기후 변화로 13만년 전에 발상지 북동쪽(잠비아, 탄자니아 지역), 11만년 전에 남서쪽(나미비아, 남아공 지역)으로 녹지가 형성돼 이주 가능한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이주 시기 및 경로와 일치해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뉴시스】남아프리카 강우량과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20만 년 전부터 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인해,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하여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⓶),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Kalahari Khoesan)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아프리카 강우량과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20만 년 전부터 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인해,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하여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⓶),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Kalahari Khoesan)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mail protected]

악셀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향후 연구진은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 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초기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