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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한국,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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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31 14:19:12  |  수정 2019-11-04 08:27:56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출간 기념 방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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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31.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비해 약소국이 틀림없다. 역사적으로 핀란드는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 껴있었다. 그 사이에서 양쪽의 말을 듣고 왔다갔다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한국의 상황도 그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을 택하느냐 미국을 택하느냐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한국의 이해관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재러드 다이아몬드(82)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는 31일 이화여고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중관계에 대한 한국의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으로 꼽힌다.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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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31.mangusta@newsis.com
지난 5월 출간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김영사)는 60년 문명연구의 결정판이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이전 역작과 달리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집중했다. 국가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 등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다뤘다. 국가와 사회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24년 전 한국에 처음 왔다"며 "당시 한글 책에 대한 관심때문에 왔었다. 그 이후에 한글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좋아져서 계속 오게 됐다. 한국에 올 때마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에 쓸 수 있는 선물을 사가지고 돌아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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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31.mangusta@newsis.com
그러면서 "한국의 가장 큰 위기·문제는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인 북한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훨씬 더 많이 고민했을테니 생각하지 못한 걸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본보기를 말하려고 한다. 한국과 유사한 위기를 겪었던 나라가 핀란드"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한국처럼 위험 국가를 이웃국가로 두고 있다. 바로 러시아다. 소련 시절 핀란드는 소련을 바로 옆에 두고도 아주 오랫동안 독립국가를 유지해 왔다. 그건 오랜기간 소련과 항상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고위직에서 끝난 게 아니라 하위 공무원까지 각각 직급에 맞는 러시아 상대편을 만나서 대화를 이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이를 국민들에게 선전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화해나가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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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31.mangusta@newsis.com
그는 "실질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핀란드의 속내가 어떤지 소련이 알 수 있었고, 러시아에서는 핀란드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며 "이것을 한국도 배우면 어떨까 싶다"고 조언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데, 아무도 모르게 물밑에서 진행하고, 고위직뿐 아니라 하위급 담당자까지 북한의 상대방까지 만나서 대화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한국의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핀란드는 속을 알 수 없는 러시아를 강대국을 옆에 두고서도 오랫동안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한일 관계의 회복, 과거 역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한국과 일본을 같이 바라보는 입장에서 항상 양국의 관계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관계가 계속 나빠지는 것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위험을 동시에 갖고 있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일본한테 사죄하라고 명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본보기를 제시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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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31.mangusta@newsis.com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앞으로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단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자체가 거대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심각한 과오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고 짚었다.

 "공산국가는 의사 결정이 빠르지만 단점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정부가 뭔가 해서는 안 될 짓, 나쁜 짓을 하게 되면 시민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고 결국은 정부가 이것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정부가 나쁜 길로 가고 잘못을 저질러도 막을 수 없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스스로를 '신중한 낙관주의자'라고 표현한다. 책에서 위기를 나열하는 것도 비관주의를 퍼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선택과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 대해 "큰 과오가 두 가지 있다"며 "교육 시스템을 닫아버리고 교사들까지도 농부와 같이 일하게 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정책은 한국과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3000만명이 아사하는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한국의 지도자가 아무리 나쁜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는 중단시킬 수 있는 민주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제도가 바로 민주주의다. 독재로 흘러가고 있는 중국은 이번 세기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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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31.mangusta@newsis.com
그는 또 위기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보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때가 많다. 사이가 좋았던 부부가 갑자기 이혼하지는 않는다. 서로 문제가 있어도 방치하고 있다가 더이상 못 살겠다고 하고 뛰쳐나가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되기 전에 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데, 나는 너랑 안 맞으니까 하면서 돌아서는 것은 예방조치가 부족해서다."

그는 앞으로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다.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탈고하고 출간했을 때 이제는 다른 것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 안에서 '리더십'이라는 주제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경제, 종교, 스포츠 등의 리더십에 대해 쓰게 될 것 같다. 내년 1월쯤 미국에 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리더십을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학부생들 반응을 살펴보려고 한다. 제 강의가 이상하게 가고 있으면 아이들이 지적해준다. 그걸 바탕으로 해서 책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86살이나 88살 때 다음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하하."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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