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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란 삶의 축적" 현대화랑 '남관 추상회화 1955~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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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05 11: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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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생전 작업실에서 작업중인 남관 모습. 1911년 경북 청송에서 출생. 14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해방 전까지 생활한다. 도쿄 태평양(다이헤이요)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구마오카 미술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 과정을 수료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현대화랑 제공. 2019.11.05.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 그림의 모티브는 자주 전쟁의 기억에서 온다. 벌판에 쓰러진 젊은 병사의 얼굴, 토막 나 뒹구는 팔다리, 시체 위로 쏟아지는 햇볕, 전란으로 우왕좌왕하는 군중의 모습… 얼굴, 얼굴들을 나는 길 가다가 땅 위에 구르는 이끼 낀 돌 위에서도 보고 고궁의 퇴색한 돌담에서도 본다. 나는 돌에서 참 많은 역사를 본다. 태곳적부터 비바람에 씻기고 닳고 버려져서 지금에 있고 또 미래에도 남을 돌과 온갖 풍상을 겪고도 살아남는 인간의 얼굴이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 이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얼굴이다."(남관, 조선일보와 인터뷰1973. 10. 27)
 
남관(1911-1990)은 ‘동양과 서양을 융화한 세계’를 선사하는 추상화가로 유명하다.

국내보다 프랑스 파리 화단에서 인지도를 쌓았다.1955년 44세에 프랑스로 떠나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파리에 정착한 지 1년 만인 1956년, 파리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현대국제조형예술전'에 참여하고, 1958년 당대 파리 화단을 이끈 전위적 예술모임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초대받는다.

당시 남관을 초대한 평론가 가스통 딜(Gaston Diehl)은 “남관이야말로 서양문화를 흡수하고, 또한 동양문화의 어느 일부조차 희생시킴 없이, 동서를 분리시키면서 동시에 융합시키는 거의 독보적인 예술가”라고 높게 평가했다. 남관의 1961년작 '동양의 풍경'은 파리국립현대미술관에, 1962년작 '허물어진 제단'은 파리시립미술관에 소장된다. 1966년에는 권위 있던 망통회화비엔날레에서 '태양에 비친 허물어진 고적'이라는 작품으로 1등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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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현대화랑 남관의 추상회화 1955-1990 전시전경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말, ‘파리 시대’의 남관은 고대 유물과 유적지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발표한다. 때 묻은 벽, 황폐한 뜰, 오래된 성이나 유적의 잔해처럼 보이는 풍경이 캔버스에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회색이나 자색 계열의 물감을 사용해 세월이 흘러 마모되거나 비바람을 맞아 녹슬고 부식한 듯한 표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남관 회화의 독특한 질감은, 파리로 건너가기 전에 향토적인 주제로 제작한 구상회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허물어진 사적, 어두운 그림자에서, 동양의 제, 자색에 비친 고적, 태고의 유물, 허물어진 기념비, 동양의 추억, 동양의 환상 등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수많은 이야기가 응축된 시공간의 질감을 캔버스에 포착하고, 동양적이고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일련의 추상화를 완성했다.

1962년 무렵부터 고대 상형문자와 한자 등을 떠올리는 형상을 화면에 도입한다. 서체 모양으로 자른 종잇조각을 캔버스에 움직이며 화면을 구성하는 실험을 전개한 것이다. 그는 마음에 드는 구도가 결정되면, 그 위에 안료를 뿌리거나 칠하는 작업을 열정적으로 이어갔다고 한다.

1968년 귀국 이후부터 작고 전까지, ‘서울 시대’의 남관은 독특한 인간상과 색채를 탐구하고, 콜라주와 데콜라주(콜라주 방식을 역이용하여 화면에 붙인 재료를 떼어내 그 부분에 다시 색을 칠하는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추상 언어를 완성한다.

남관 회화의 핵심적 조형 언어로 꼽히는 얼굴(마스크) 이미지가 캔버스에 등장하며, ‘파리 시대’ 작업의 어두운 화면은 청색을 중심으로 차츰 환하게 밝아진다. 푸른 반영, 묵상, 정과 대화, 내 마음에 비친 상들, 어떤 환상, 방랑자의 꿈, 어떤 형태, 소녀의 꿈, 삐에로의 꿈 등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그의 ‘서울 시대’ 작품은 명상적이고 동시에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로 가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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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관 고독.1979

“그림이란 삶의 축적이자 나의 인생”이라고 말한 남관의'추상회화 1955~1990'를 만나 볼수 있는 전시가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현대화랑(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남관의 5번째 전시다. 1972년 남관은 현대화랑에서 첫 추상화 전시를 개최했다.  이후 1983년, 1988년, 1995년에 전시를 개최하며 남관 화백의 국제적 성공과 예술적 성취를 한국 미술계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오는 6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남관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현대화랑은 작가가 파리로 건너간 1955년부터 작고한 1990년까지 제작한 시대별 주요 작품 60여 점을 엄선했다. 전시는 30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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