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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저울질 하는 인도…韓 경제 영향은

등록 2019.11.05 17: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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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RCEP 발효 시 인도 GDP 0.8% 줄어들 것" 평가

모디 총리 "RCEP 협정문 기본 정신과 원칙 반영 안해"

전문가 "애초 인도 시장 개방 수준 낮아…장기 전략 필요"

CEPA 개정 협상 주목…"원산지 규정 개정·양허 품목 확대"

【서울=뉴시스】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 정상들은 4일 오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차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15개국 간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 정상들은 4일 오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차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15개국 간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중국 주도로 7년여 간 추진해 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서 인도가 일단 발을 뺐다. 얻는 것에 비해 잃을 게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13억 인구의 거대시장이 참여국에서 빠졌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입 전략에는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RCEP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까지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RCEP는 약 7년여의 협상 끝에 지난 4일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정상 간 20개 챕터의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인도는 RCEP 발효로 0.8%가량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객관적인 계량화가 가능한 상품 시장의 100% 관세 철폐 효과를 가정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도는 RCEP에 참여하는 16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GDP가 감소했다. 같은 조건에서 우리나라는 GDP가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4.8%, 4.7%의 GDP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만큼 인도가 다른 RCEP 참여국에 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면 관세를 철폐했을 때 자국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 "현재의 RCEP 협정문은 기본 정신과 합의된 원칙을 충분히 담지 않았다"며 "인도의 미해결 이슈와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즉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아세안 개발도상국에 적용되는 특혜와 예외사항이 인도에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시장 개방을 통해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인도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양자협상에서도 제조업 분야에 대한 보호 의지가 컸다"며 "인도가 협상에 다시 참여한다고 해도 시장 개방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인도의 RCEP 참여 여부가 우리나라의 대(對) 인도 전략에 의미를 줄 것인지 의문"이라며 "다만 인도는 앞으로 떠오르는 수출 시장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덤핑 규제를 적용하는 국가로 꼽힌다.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인도는 반덤핑 333건, 세이프가드 2건, 상계관세 2건을 부과하고 있다. 대상 국가는 중국(113건), 한국(28건), 유럽연합(23건), 대만(23건) 등이다. 품목별로는 화학·플라스틱(202건), 섬유(32건), 철강금속(31건) 등 주력 산업에 집중돼있다.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11.04.since1999@newsis.com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email protected]



인도의 RCEP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현재 정부가 따로 추진 중인 한·인도 CEPA 개정 협상을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인도 CEPA는 2006년 3월 협상을 시작해 2009년 8월 정식 서명과 국회 인준을 거쳐 2010년 1월부터 발효된 바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인도는 7번째로 수출 규모가 큰 나라다.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5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철강판, 합성수지, 반도체,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등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 개정과 양허품목 확대를 요청해왔으나 인도 측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017년 기준 인도의 대(對) 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100억 달러로 중국,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

코트라는 올해 초 내놓은 '2019 인도 진출전략'에서 "인도는 원산지 규정의 경우 상당수 품목에서 세번변경(稅番變更)과 부가가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2011년 발효된 인도·일본 CEPA에 비해 한·일 간 경합 품목에서 양허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인도에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세번변경(외국 원료로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세번이 변경된 경우 국산 제품으로 간주하는 것. 세번은 관세율표상 분류된 상품 번호)과 부가가치 기준 통과가 모두 필요하다. 통상 FTA 협정에서는 한 가지 기준만 인정받으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제품에 사용된 원재료나 부품의 원산지도 깐깐히 본다는 뜻이다.

서 연구위원은 "RCEP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농산물 등 구체적인 시장 개방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디테일과 이후 실제 이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RCEP에는 선진국부터 최빈(最貧) 개도국까지 다양한 나라가 모여 있다"며 "체제로 봐도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섞여 있고, 종교 측면에서도 이슬람, 기독교, 힌두교 등 다양하기 때문에 7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도가 많이 나간 것은 사실이고 이번에는 꼭 타결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참여국들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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