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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타다놓고 오락가락 정부, 혁신기회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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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07 16:44:50  |  수정 2019-11-07 1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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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10년 후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지금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이 우스워질 때가 올 겁니다. 연착륙을 고민해야지, 칸막이만 촘촘하게 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모빌리티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혁신은 많이 부족합니다. 공유숙박 역시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성장할 기회를 봉쇄당했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이재웅 대표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시 이 대표는 이대로뒀다가는 공유숙박에 이어 공유차량산업까지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계 기업에 송두리째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채팅앱을 운영하던 'VCNC'를 인수,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서 차량공유사업을 할 길을 찾고 있었고, 두 달 후인 10월 기사 포함 렌터카 대여 서비스인 '타다'를 출시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차는 그 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임차' 예외조항을 찾아내 시장을 개척했다. 서비스 시작에 앞서 국토교통부, 서울시 관계자들을 만났고, '합법적이다',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답을 들은 뒤 사업을 진행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소통해왔다는 것이 타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타다는 출시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한 달만에 누적 이용자 수만명을 달성하며 화제가 됐고 일년만에 운행차량 1400대, 이용자 130만명을 달성했다. 드라이버도 이제 9000명에 이른다.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을 지향하는 4차산업혁명을 틀어막고 있는 낡은 법 체계로 인해 2013년 우버 진출이 막힌 것을 시작으로 콜버스, 럭시 등이 줄줄이 낡은 규제와 싸우다가 사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작은 스타트업이 가까스로 틈새를 찾아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검찰 기소 이후 타다는 다시 낭떠러지에 섰다. 검찰은 타다를 택시회사처럼 운영하는 ‘유사 택시’로 보고 현행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무려 1년이나 타다의 영업을 지켜봐온 국토부는 검찰의 기소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토부는 "공문을 통해 합법이라는 의견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고, '주관부처인 국토부에서 운영을 승인한 상태로 현재로서는 적합한 영업행위'라는 민원 답변을 했던 서울시는 "단순 답변에 불과했다. 공식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책방향을 명확히 밝히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정부가 '오락가락'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여권 고위인사들 역시 문제 해결보다는 검찰과의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상생안이 마련되기 전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렸다며 검찰을 비판했고, 검찰이 이에 반박하며 '사태해결'이 아닌 '진실공방'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원내부대표가 타다를 '비정규직 수준의 자가용 영업'이라고 규정짓자, 같은 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곧바로 "조율되지 않은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긋는 웃지못할 코미디도 벌어졌다.

이러는 중에도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넘긴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차량공유사업이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빅데이터·인공지능·자율주행을 접목시킨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타다'는 위기에 내몰렸고 종사자들 역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숨을 죽이고, 투자는 주춤하고, 산업은 멈추고 있다. 정부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시대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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