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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앞둔 한전, 전기요금 인상 당위성 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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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09 08:19:00
35년새 전기요금 1.8배 올라…버스 10.8배·지하철 6.8배·택시 6배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 1kWh당 121.9원…미·독·영보다 낮은 수준
우수한 품질에도 싼 가격에 전기 공급...재무구조 부담 원인
"콩보다 두부가 싸다"고 주장한 한전 사장, 전기요금 개편안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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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옥 전경.


【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한국전력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논의한다. 새로운 요금 개편안은 더 거두어들이는 게 골자다. 국민과 정부로부터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최근 전기요금에 대한 언급을 늘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9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요금은 1kWh당 약 124원으로 1984년(67원)보다 1.8배 올랐다. 이는 종합 판매단가 108.8원에 부가세(10%), 전력산업기반기금(3.7%)을 포함한 수치다.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버스요금은 120원에 1300원으로 10.8배 늘었다. 지하철과 택시 기본요금은 각각 6.8배(200원→1350원), 6.0배(500→3000원) 올랐다.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말 기준 1kWh당 121.9원(2018년)이다. 2017년 말 기준 미국은 1kWh당 145.7원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 기간 독일(388.4원), 영국(232.5원), 프랑스(211.7원)도 모두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비쌌다.

전기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전 시간은 한 가구당 8.59분이다. 이는 미국(54분, 2017년), 영국(38.39분, 2016년), 독일(12.80분, 2016년)보다 짧다. 지난해 한전의 송배전 손실률은 3.56%로 영국(7.70%, 2016년), 독일(6.10%, 2016년), 미국(5.50%, 2016년)보다 좋은 효율을 내고 있다.

좋은 전기를 싼 가격에 공급하는 만큼 유가와 환율 등 외부적인 변수에 재무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전이 내년까지 합리적인 수준의 새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하려는 이유다.

김종갑 사장은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고 주장하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얼마 전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할인을 더 이상 도입하지 않겠다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제도도 연장 없이 일몰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대규모 적자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조1733억원에 달한다. 오는 3분기에는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도 메꿔야 한다.

앞서 한전은 국민들의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용 누진제를 개편했다. 누진구간을 늘어나면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이에 따른 비용은 올해에만 약 2800억원이 발생했고 이는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한전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회사에 피해를 주는 제도 도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한전은 199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는다. 실제 누진제 개편 당시 한전 이사회는 국내 로펌에 배임 가능성에 대한 법률 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런 책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내놓은 것이 지난 7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밝힌 새 전기요금 체계 개편 계획이다. 공시를 보면 한전은 오는 30일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하고 내년 6월 말까지 정부의 인가를 취득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개선과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958만 가구가 혜택을 봤고 총 할인액은 4000억원에 달했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산업용 경부하요금의 경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16%가량 싸게 쓰고 있다"며 "이를 조정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요금안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한전이 전기요금 개편안을 제출하면 법률 검토에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요금 체계와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28일 이사회에서는 전기요금 로드맵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하게 된다"며 "전기요금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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