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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신형 호위함 '진수식'…'취역식'에서 '전역식'까지 군함의 일생은

등록 2019.11.1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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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식, 군함 건조 후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의식

취역식, 시험 항해와 예비 훈련 마치고 실전 투입

실전부터 퇴역 후 활용까지 '아낌없이 주는 군함'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FFG-Ⅱ) 서울함 진수식이 11일 오후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뒤 정경두 국방장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11.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FFG-Ⅱ) 서울함 진수식이 11일 오후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뒤 정경두 국방장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해군의 신형 호위함 '서울함(FFG-Ⅱ, 2800t급)' 진수식이 해군 창설기념일인 지난 1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그런데 진수식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군함 관련 용어 중에는 일반인들이 헷갈리기 쉬운 것들이 적지 않은데 '취역식'도 마찬가지다.

해군에 따르면 진수식은 군함 선체를 완성한 뒤 처음 물에 띄우는 의식이다.

진수식은 기원전 2100년 즈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성직자가 관장하는 일종의 종교행사였지만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영국 군함 진수식을 주관한 후부터 성직자 대신 여성이 진수식을 주관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이 때 진수식을 주관하는 여성을 '대모'라 부른다. 대모는 손도끼로 진수줄을 절단한다. 이는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끊듯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다. 이번에 열린 서울함 진수식에서도 정경두 국방장관의 부인 김영숙 여사가 도끼로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절단했다.

진수식 대모는 샴페인병을 함정에 부딪쳐 깨뜨려야 한다. 이는 고대 바이킹이 배를 진수할 때 바다의 신에게 순결한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FFG-Ⅱ) 서울함 진수식이 11일 오후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장관 부인 김영숙 여사가 진수도끼로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자르고 있다. 2019.11.11.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FFG-Ⅱ) 서울함 진수식이 11일 오후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장관 부인 김영숙 여사가 진수도끼로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자르고 있다. 2019.11.11. [email protected]

진수식을 했다고 해서 군함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군함을 시험 운용하는 승조원들이 정상적인 항해가 가능한지 평가한다.

군함이 시험운용을 마치면 해군은 조선소로부터 함정을 정식으로 인수해 해군 군항에서 취역식을 개최한다.

취역식은 군함이 시험 항해와 예비 훈련을 마치고 정식으로 해군의 전투세력으로 편입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사다. 이 때 군함은 해군 함정 목록에 등재된다.

취역식에서는 해당 군함의 마스트(선체의 중심선상의 갑판에 수직으로 세운 기둥) 꼭대기에 취역기가 게양된다. 한번 걸린 취역기는 군함이 퇴역하거나 침몰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내리지 않는다. 마스트가 없는 잠수함의 경우 취역기를 내부에 보관한다.

취역기 게양은 17세기 유럽을 주름잡던 영국과 네덜란드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해상 주도권을 놓고 영국과 다투던 네덜란드의 함대 총사령관 트럼프 제독은 '영국 함대를 쓸어버리겠다'는 의미로 함대의 모든 함선 마스트에 빗자루를 거꾸로 매달았다. 이에 영국 함대의 블레이크 제동은 함선 마스트에 말채찍을 달게 했다. '네덜란드 함대를 말채찍으로 응징하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전투에서 영국 해군이 승리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국 해군 함정들은 말채찍 형태인 기다란 삼각끈을 마스트에 게양하고 다녔다. 이 삼각끈이 전 세계 해군 함정들에 퍼져나가며 오늘날의 취역기가 됐다.

장병이 임무를 마치고 현역을 떠날 때 전역하듯이 군함도 모든 임무를 마치고 현역을 떠나는 전역식을 치른다.

군함 은퇴 시기는 선체 노후도에 따라 정해지지만 보통 건조된 지 30년이 지나면 은퇴한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FFG-Ⅱ) 서울함 진수식이 11일 오후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리고 있다. 2019.11.11.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해군의 2,800톤급 호위함(FFG-Ⅱ) 서울함 진수식이 11일 오후 울산시 중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리고 있다. 2019.11.11. [email protected]

군함 전역식에는 역대 함장을 비롯한 예비역이 초청된다. 이는 수십여년간 장병과 함께 바다를 누비며 동고동락한 군함을 명예롭게 떠나보내기 위해서다.

전역식은 군함의 노고를 치하하며 갖추는 최고의 예우이므로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다. 군악대의 국가 연주에 맞춰 취역기, 국기, 해군기가 일제히 내려진다.

전역한 군함은 예비역 함정과 퇴역 함정으로 구분된다. 예비역 함정은 훈련함으로 쓰이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다시 취역한다. 퇴역 함정은 용도가 다양하다.

퇴역 함정은 우방국에 양도돼 군함의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그간 우리 해군은 10여개 우방국에 퇴역 함정 40여척을 양도했다. 이들 군함은 해당 국가와의 군사 협력과 방산 수출을 증진하는 역할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여되는 퇴역 함정도 있다. 서울, 진해, 강릉, 김포 등지에서 함상공원 형태로 전시된 퇴역 함정은 국민안보교육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퇴역 함정은 사격 훈련이나 유도탄 발사 훈련 때 표적함으로 활용된다.

바다 아래로 가라 앉아 인공어초로 쓰이는 퇴역 함정도 있다. 울진 앞바다에 가라앉은 해군 숙영정은 어민 소득증대와 수중 체험을 위한 '바다 목장'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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