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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애인 살해한 60대 러시아 교수 법정행…푸틴 "정신 나간 일"

등록 2019.11.12 14: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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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처벌하라"…러시아 온라인 청원 2만명 넘어서

2008년에도 사귀던 20대 여성 상대로 폭행…경찰 방관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올레크 소콜로프(63)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교수가 11일 법정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법정에서 아나스타샤 예시첸코(24)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뒤 오열했다. 2019.11.12.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올레크 소콜로프(63)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교수가 11일 법정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법정에서 아나스타샤 예시첸코(24)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뒤 오열했다. 2019.11.12.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러시아의 한 유명 역사학 교수가 제자이자 애인이던 20대 여성을 토막 살해한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 러시아는 정부까지 나서 충격적인 사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미국 AP통신 등은 올레크 소콜로프(63)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교수는 법정에서 아나스타샤 예시첸코(24)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뒤 오열했다고 보도했다.

소콜로프 교수는 "예시첸코와는 사랑하는 사이였다"며 둘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죄를 깊게 뉘우친다며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건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발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가택연금 상태로 석방해달라는 소콜로프 교수의 요청을 거부하고 그를 구금하기로 결정 했다.

소콜로프 교수는 9일 절단된 피해자의 양쪽 팔이 들어있는 가방을 맨 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이카 강에 빠졌다가 발견됐다.

경찰은 소콜로프 교수가 피해자를 총살한 뒤 시신을 절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수의 자택과 모이카 강, 에르미타주 박물관 근처에서도 사체의 일부가 발견됐다. 러시아 과학수사대는 그가 큰 봉지를 강에 던지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폴레옹 코스프레'로 유명한 소콜로프 교수는 사체를 모두 처리한 후 나폴레옹의 복장을 하고 자살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여론이 집중되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 기자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놓고 정신 나간 일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정말 미친 짓이다"고 언급했다. 또 이후의 상황은 경찰의 몫이라며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올레크 소콜로프(63) 교수가 자신의 학생이자 애인이었던 20대 여성을 토막 살해해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사진은 2012년 나폴레옹의 착장을 재현한 채 보르디노(Borodino)전투 기념행사에 등장한 소콜로프 교수. 2019.11.11.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올레크 소콜로프(63) 교수가 자신의 학생이자 애인이었던 20대 여성을 토막 살해해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사진은 2012년 나폴레옹의 착장을 재현한 채 보르디노(Borodino)전투 기념행사에 등장한 소콜로프 교수. 2019.11.11.



피해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오빠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어 소콜로프 교수와 다툰 뒤 심하게 맞았다며 "교수의 집에서 나가야겠다. 하지만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와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가정폭력방지협회는 "우리는 희생자가 살해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폭력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콜로프 교수의 폭력성을 이미 당국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8년께 소콜로프 교수와 사귀던 20대 학생은 경찰에 "소콜로프 교수와 헤어지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화를 내며 자신을 의자에 묶은 뒤 수차례 때렸다. 뜨겁게 달군 쇠로 고문하기도 했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학측의 소콜로프 교수에 대한 처벌도 없었다.

남학생을 상대로 한 폭행도 빈번했다. 소콜로프 교수는 지난해 한 학생이 그의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를 연단으로 끌어올려 수차례 때렸다. 당시 피해자는 "이같은 폭력 행위를 학교에 고발했으나 징계는 없었다"고 했다.

러시아 국민은 엽기적인 사건에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이틀만에 2만명 이상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 청원에는 그동안 소콜로프 교수의 폭력에 대해 학생들이 여러 차례 의의를 제기했으나 학교가 이를 묵살했다며 학교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근현대사를 전공한 소콜로프 교수는 프랑스 역사 분야의 저명한 학자로 2003년엔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기도 했다. 소콜로프 교수는 나폴레옹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나폴레옹의 의상을 입은 모습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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