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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첼로 요정' 장한나는 지휘자였다

등록 2019.11.14 15:48:21수정 2019.11.14 17: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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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헤임 심포니와 첫 내한 서울 공연 환상적

【서울=뉴시스】 장한나 &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진=크레디아 제공) 2019.11.14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나 &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진=크레디아 제공) 2019.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손엔 첼로의 활 대신 지휘봉. 의자에 앉는 대신 포디엄에 섰다. 첼리스트, 아니다. 마에스트라 장한나(37)다.

13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장한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2007년 지휘자로 다시 태어난 뒤 지휘자로 첫 내한한 장한나의 뒤로 그녀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불혹이 안 된 지휘자에게 할 말인가 싶지만 이날 무대는 올해의 역작이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에서 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는 감정의 마천루를 여러 번 오르내렸다.

긴장과 이완의 사자후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환하고 비통하며 요염한데다 위협적이기까지 한 이 곡을 완벽히 소화했다. 장한나는 그리그에 대해 '노르웨이의 정신적 목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섬세한 관악, 속살대다 어느 순간 광포하게 변하는 현악에서 북유럽의 겨울 냄새가 났다.

2부에서 들려준 차이콥스키의 비창은 어떤가. 비장한 현악기군과 장엄한 관악기군이 빚어내는 강력하면서도 애절한 사운드는 빈틈 없이 장한나의 지휘에 이끌려 객석으로 총진군했다.

3악장에서 얼음 비수처럼 차갑다 이내 뜨거워진 사운드는 활활 끓어올랐다. 4악장의 절망을 거친 마지막의 침묵. 무음 속에 장한나가 5초가량 지휘봉을 들고 있는 장면은 성스럽기까지 했다.

저돌적인 지휘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안정적인 호흡을 이끌어낸 장한나는 지휘자를 성별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임을 상기시켰다.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임동혁 (사진=크레디아 제공) 2019.11.14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임동혁 (사진=크레디아 제공) 2019.11.14 [email protected]


그렇게 지휘자로서 정한나의 첫 내한, 트론헤임 심포니의 첫 내한의 서사시는 대단원을 이뤘다. 왜 이들이 내한할 수밖에 없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이날 1부에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는 임동혁이었다. 비슷한 연배인 두 사람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 임동혁의 그리그는 부드럽고 서정적이었다.
 
'첼로의 요정'이었던 장한나, '피아노의 앙팡 테리블'이었던 임동혁은 어느새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한국 클래식계 기대주들은 이미 업계를 짊어진 축들이 돼 있었다. 이날 공연은 제 빛을 찾아가고 있는 음악가들의 풍경을 지켜볼 기회도 선물했다.

한편 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1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7일 익산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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