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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밀레니얼 세대의 빚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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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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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연금 받을 생각 말고 빚을 내서라도 집부터 사라."

요즘 경제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서울에, 그것도 강남에 집을 사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사실에 이견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다. 집을 사기엔 종잣돈이 턱없이 모자란, 사회생활 2~3년 차 주니어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얼마의 돈을 모을지가 아니라 빚을 얼마나 져야 할지부터 고민한다.

집 한 채 사는데도 빚을 내야 할 판에 나라에서도 재정 부담을 떠안긴다. 가라앉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선 없는 살림에 빚을 내서라도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는 거다. 경제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정부 재정의 마땅한 역할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겁나는 건 10년 뒤, 20년 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우수한 편이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의 일이다. 지금 속도라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그 이상까지 불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걱정할 것이 불경기뿐일까. 더 큰 문제는 인구다. 중국을 보면 인구 규모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당장 올해부터 국내 인구수가 줄어든단다. 결혼을 해도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에선 내 아이에게 행복한 삶을 약속할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은 커서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2%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당겨 쓴 돈을 채워 넣어야 한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져야 할 빚이 산더미인 사회에선 도저히 아이를 기를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인구수 정점을 찍는 시점이 3년 더 앞당겨지자 정부는 전 부처를 아우르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상승세로 반전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고 늙어가는 사회에 적응하는 쪽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당초 계획했던 기한을 훌쩍 넘겨 공개된 인구 정책은 이미 추진 중이던 정책의 재탕이거나 조금 더 구체화한 수준에 불과했다. 정년 연장이나 교원 수급 문제, 노인 연령 기준 변경 등 핵심 문제들은 구체화시기를 모두 나중으로 미뤘다.

결정적으로 들어올 돈은 적은 데 쓸 돈만 많아져 재정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면서도 재정 확보를 위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재정 준칙을 도입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은 지금껏 암묵적으로 적용돼 왔던 채무 비율 40% 룰을 완화하는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필요한 수준보다 세수가 덜 걷히는 저성장 사회에 함께 적응하고 미래 세대의 빚을 늘려가잔 얘긴데,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다. 고령화 문제가 하루 이틀도 아닌 마당에 장기재정전망 착수 시점을 1년 앞당긴 것이 내세울 만한 대책인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집 한 채 마련하는 데도 빚을 지게 만드는 사회에서 나라살림을 위해 이중의 빚을 얹어주는 정부라니. 경기 대응을 위한 마중물을 부어대도 체감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혹여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회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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