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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신념보다 무서운 건 세월...'물고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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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7 0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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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극단 '물고기 인간'.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19.11.17.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념의 대립은 치열하지만, 화합하기도 한다. 극과 극은 통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극단이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물고기 인간'이 입증한다.

중국 극작가 궈스싱(过士行)이 1989년 내놓은 데뷔작을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했다. 북방 호수에서 열리는 낚시대회가 배경인데 강한 인력이 작용한 것처럼 지금 우리 시대와 맞물린다. 

호수의 물고기를 호수의 수호신이라 생각하며 지키는 '위씨 영감', 과거에 아들까지 잃게 한 대청어를 낚기 위해 30년을 기다린 '낚시의 신'.

특정한 것이 무조건 옳다는 강한 믿음은, 순수해보이지만 이내 신기루처럼 절망의 순간을 마중 나오게 만든다. 맹렬한 의지에 찬 인내와 기다림의 끝이라고 무조건 보물섬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두 팔 벌려 고행을 자처한 순교자들 같은 위씨 영감과 낚시의 신은 '믿음의 경전'이 있다면 구약의 끝에 등장할 법한 이들이다.

각각 배우 박완규와 강신구가 연기한 이 믿음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신념이 확인되는 순간, 자신들이 구원 받았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유장한 세월 앞에 무릎을 꿇을 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대립하지만 쌍둥이처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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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가로 막혀 신념조차 갖기 어렵던 위씨 영감의 수양딸인 '류샤오옌', 낚시의 신의 또 다른 아들인 '셋째'에게는 이전 세대의 불운한 운명이 나란히 각인돼 있었다.

일찌감치 우화적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온 김 감독은 '물고기 인간'을 통해 정답이 아닌 질문을 제시한다. 무엇인가에 투신하는 삶이 옳은 것인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는가. 이 작품은 이 물음들을 통해 신화적인 것을 성취해낸다.

극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지배하는 푸르른 신비로운 정서가 이 우화적 연출에 한몫한다. 물고기를 연기하는 배우 박진호의 동작들, 앙상블이 연기하는 낚시꾼들의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노래는 극에 펄떡거림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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