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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90%가 한국 몫? 팩트체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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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7 11:44:56
미 국방장관, 방한기자회견서 90% 한국 혜택 발언
2018 국방백서 내용 확인해보니 한국 몫은 39%
정경두 국방장관 "한미 상호 윈윈해야" 뼈 있는 말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동맹은 흥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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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11.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현행 1조389억원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년에는 더 올려야 한다며 그 근거로 '분담금의 대부분이 한국에 쓰인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를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주장은 미 측의 자의적인 해석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퍼 장관은 15일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 기자회견 당시 "한미 동맹은 매우 강고하지만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므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낼 수 있고 또 더 내야 한다(This is a very strong alliance we have, but Korea is a wealthy country and could and should pay more to help offset the cost of defense)"고 밝혔다.

그는 또 "분담금 중 대부분이 한국에서 쓰인다. 90%가 훨씬 넘는 비율이 한국에 쓰인다(most of that money stays here in this country — easily over 90% of that money stays here in Korea)"며 "이 돈이 미국으로 가는 게 아니다(it does not go to the United States)"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 발언은 국내 보수진영 일부 인사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는 "방위비 분담금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의 장비, 용역, 건설 수요와 한국인 근로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임은 물론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방부가 발간한 2018 국방백서를 보면 2018년도 방위비 분담금 중 46%인 4442억원이 막사·환경시설 등 주한미군 시설 건축에 쓰였다. 또 15%인 1450억원은 주한미군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차량 수송에 소요됐다.

에스퍼 장관의 말처럼 온전히 한국 몫으로 돌아가는 돈은 39%(3710억원)를 차지하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임금 정도다.

이처럼 구체적인 액수가 나와 있는데도 에스퍼 장관이 분담금 중 90% 이상이 한국 몫이라고 발언한 것은 분담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견강부회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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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반전평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저 인근 덕수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열린 방위비 협상 관련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출근길 항의집회에서 손피켓을 들고있다. 2019.11.13.  misocamera@newsis.scom
미군을 위한 시설을 세우고 미군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을 고용하니 한국의 몫이자 이익이라는 말은 과거 제국주의나 식민주의 시절에나 통용될 법한 논리라는 비판도 있다. 미 측이 주장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나 산업 파급 효과 역시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주한미군 주둔으로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간접적인 비용과 부작용을 무시한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내 진보진영 인사들은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남북관계 개선 상 근본적 한계, 주한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광범위한 주한미군 기지로 인한 도시 개발 지장 등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50억 달러는 미군 인건비와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까지를 포함한 규모로, 이는 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 경비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애초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모두 부담하기로 한 한미 소파 및 남한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 측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시도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전반적인 한미 동맹의 변화 흐름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미 측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한미 동맹의 호혜적 성격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번 기자회견 당시 에스퍼 장관을 향해 "한미가 앞으로 상호 간에 윈윈할 수 있도록 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국내 여론 역시 미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내고 "(올 초 열린) 제10차 방위비분담협정 당시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물가상승률 1.5%에 비해 과도한 8.2%의 증액폭도 그러하지만 1년이라는 유효기간도 동맹의 안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리고 미 측은 다시 한 번 50억 달러라는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었다. 동맹은 흥정이나 장사가 아니다"라고 미 측을 비난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협상을 목표하되 연내 타결이라는 시한에 쫓겨 불합리한 제안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경우 제10차 방위비분담협정을 1년 연장해서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양국이 공히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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