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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WTO 협의, 사실상 결렬…'패널설치' 시점에 쏠리는 눈

등록 2019.11.20 04: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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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네바서 2차 국장급 협의 진행…성과 없이 종료

산업부 "논의 결과 바탕으로 패널 절차 등 대응방안 검토"

패널 설치 시점은 제소국인 우리나라 주도로 결정

재판 시 '가트 1·10·11조'로 日수출규제 부당성 주장할 듯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수출제한 조치의 잘잘못을 따져보기 위해 양국이 두 번째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로써 지난 7월 초부터 4개월 넘게 이어진 한·일 무역분쟁은 세계무역기구(WTO) 재판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통상당국은 지난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 수출제한 조치 관련 WTO 분쟁의 2차 양자협의를 개최했다.

이번 양자협의는 지난달 1차 협의와 마찬가지로 국장급을 수석대표로 진행했다. 우리 측은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일본 측은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다자통상체제국장이 각각 참석했다.

이날 협의에서도 양국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애초 1차 협의 이후 양측의 입장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2차 협의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WTO 분쟁에서 양자협의를 두 번 갖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당사국 간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 절차의 첫 단계다. 여기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재판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정 협력관은 출국 전 기자와 만나 "일본 측이 소극적이고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분쟁 해결 절차의 다음 단계인 패널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이 진행되면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에 대한 해석을 두고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WTO 사무국에서 공개한 우리나라의 협의 요청서를 보면 정부는 가트와 무역원활화협정(TFA),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TRIMS), 지식재산권협정(TRIPS), 서비스무역협정(GATS) 등을 인용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일본에 대한 WTO 제소를 발표하면서 가트 조항 위반을 중심으로 근거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가트 1조(최혜국 대우)와 10조(무역규칙 공표 및 시행), 11조(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가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이 품목들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기 때문에 WTO의 근본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 가트 11조 1항에는 WTO 회원국은 수출에 대해 금지 또는 수량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일본 정부도 이를 의식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2차 협의를 앞두고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액체 불화수소(불산액)에 대한 수출 2건을 허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가스 형태의 불화수소인 에칭가스에 대한 수출 허가를 내준 적은 있지만 불산액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규제 품목으로 제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를 모두 내준 셈이다.

그간 일본 측은 민생용도가 확인된 거래는 수출을 허가해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조달과 글로벌 공급사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로 정부는 일본 수출제한 조치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무역제한 조치로 WTO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패널 설치 시점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제소국은 피소국에서 양자협의 수락 의사를 공식 통보한 이후 60일이 지나면 WTO에 1심 격인 패널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20일 우리 정부에 양자협의 수락 의사를 밝혀온 바 있다.

정부는 여러 요소와 제반 상황을 고려해 패널 설치 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제소국이 패널 설치 요청서를 제출하면 WTO 사무국은 패널 구성 절차에 착수한다. 패널 설치를 요청한 이후 처음 열리는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피소국은 패널 설치를 거부할 수도 있다.

두 번째 DSB 회의에서는 자동으로 패널이 설치되며 패널 구성 위임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패널 구성은 설치일로부터 20일 내 합의해야 한다. 합의되지 않으면 WTO 사무총장이 10일 내 결정한다.

패널심리는 분쟁당사국과 제3국이 참여하며 6개월가량 진행된다. 이 기간은 최대 9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고 긴급 사안은 3개월 내 심리가 완료된다.

심리가 끝나면 분쟁당사국은 패널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양국이 패널보고서에 찬성하면 DSB에서 해당 보고서를 채택하고 재판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후 패소국은 DSB 권고·결정에 대한 이행계획을 보고하게 된다.

통상 패널 절차는 1~2년 소요된다. 다만 최근 분쟁 증가로 지연되는 추세다. 또한 결과에 불복하면 WTO 상소기구로 사건이 올라간다. 이러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3~4년이 걸린다. 앞서 우리나라가 승소한 한·일 양국 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소송도 총 4년이 소요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패널 절차를 포함한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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