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반백년 화가의 행복한 복수...김남표 'Stopping for a while at 50'

등록 2019.11.21 12:19:2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부산 수영구 가나부산서 신작 개인전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Landscape Sunflower #1 Oil on canvas 182 × 210cm 2019 표지 이미지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Landscape Sunflower #1 Oil on canvas 182 × 210cm 2019 표지 이미지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이 50이 되어서야 미술을 미술로 받아들이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되었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연 후 화업 인생 20년째를 맞는 화가 김남표가 '나이듦의 기술'을 보여준다.

21일 부산 수영구 가나부산에 펼친 김남표 개인전 'Stopping for a while at 50'은 세월에 곰삭는 화가의 일생이 담겼다.

반백년을 붓과 물감에 녹아낸 작가의 서글픈 변화와 새로운 설렘이 교차한다. 시들고 메말라 생기라고는 없는, 고개가 푹 꺾인 해바라기는 애잔하기까지하다. 그래도 눈빛만은 강렬하다. 붉게 물든 꽃봉우리에 앉아 응시하는 부엉이의 눈매가 작가와 닮았다.

김남표는 '인스턴트 풍경'을 주제로 인간 사회의 산물과 자연 구성물의 조합을 통해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축 스타작가로 발판을 다져왔다. 독특한 기법이 무기다. 붓 대신 손가락을 이용한 물감칠은 화가의 육체성까지 녹아들어 보는 순간 촉각적인 느낌으로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 LandscapeCrawl #8 Oil and charcoal on wood 116.7×182cm 2018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 LandscapeCrawl #8 Oil and charcoal on wood 116.7×182cm 2018


이번 전시에 나온 신작은 상업화랑에서 부담스런 작품이다.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생기 있는 꽃들이 아닌 금방이라도 부스러져 버릴 듯, 메마른 꽃들로 채웠다.

가나 갤러리 이혜인 큐레이터는 "처음 마주했을 땐 썩 유쾌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작품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꼭 관람을 당부했다.

보기좋게 다듬어진 ‘찰나의 순간’이 아닌 아름다움이 천천히 저물어가는 과정이 투영됐다. 중년에 접어든 작가 김남표는 "예술은 시대의 변화가 어떻든간에 인간의 내재된 어두운 공간을 손끝으로 예민하게 더듬으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드러내야한다"며 당당하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책임, 그 숙명이 무겁게 느껴짐과 동시에 고개를 떨구었지만 여전히 꼿꼿이 버티고 서있는 작품속 해바라기처럼 비장하게 느껴진다. 작가가 여전히 패기넘치게 도전할 수있는 힘이고 그의 변화를 응원하고싶은 이유다.

작업 방식도 변화가 있다. 이전 작업들은 미술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 듯 긴장의 끈을 꽉 움켜쥐고 있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그 끈을 어느정도 느슨하게 내려놓은 듯 하다.

김남표는 올 한해 자연 현장과 대결했다. 제주도 원시림같은 풍경속에 들어갔다. 무한한 대지속에 화판을 놓고 초록이 만든 숲속의 현장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그가 추구했던 '인스턴트 풍경’이 실현되는 순간이자, 새로운 영감들이 시공간에서 융합했다.

그렇게 생생한 자연과 마주하며 그가 확실히 알게 된 건 '자신은 화가'라는 것. 손끝으로 작업해 쌓아올린 두꺼운 물감과광목천의 사용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마티에르가 알려준다. 거치면서도 부드럽게 만들어내는 풍경이 단지 그림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운명에 행복한 복수를 가하는 쾌감이 담겼다.

김남표는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00~2006년 '집단막'을 결성해 동료작가들과 함께 공동작품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동안 17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전시기획부문 선정 작가, 전국대학미전 대상, 창작예술협회공모전금상등을 수상했다. 현재 세종대예술대학회화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부산 가나 개인전은 12월29일까지.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 LandscapeOwl and tiger Oil and charcoal on canvas 180×175.5cm 2019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 LandscapeOwl and tiger Oil and charcoal on canvas 180×175.5cm 2019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