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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정은, 행복의 비밀···'나는 나만의 것'

등록 2019.11.22 14: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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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여성 뮤지컬배우

17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

【서울=뉴시스】 조정은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컴퍼니 휴락 제공) 2019.11.22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정은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컴퍼니 휴락 제공) 2019.11.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상의 소음을 피해 청아하고 단단한 소리를 듣고 싶은 날이면 뮤지컬배우 조정은(40)을 찾는다.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음원을 듣고, 노래하는 모습의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갈라진 삶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맞춰지는 느낌이다.

조정은이 19,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연 첫 번째 단독콘서트 '마주하다'는 그래서 감사한 자리였다.

조정은은 뮤지컬만 전념해온 배우다. 게다가 과작(寡作)의 배우다. 여기에 친한 선후배, 동료들의 콘서트 게스트가 아니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조차 없다. 

단독 콘서트 첫날 2시간을 꽉 채운 그녀의 목소리는 메마른 일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극했다. 시작부터 청중을 다른 세계로 초대했다.

2004년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 국내 초연 당시 '벨(Belle)' 역을 맡은 조정은은 이날 시작부터 '벨', '홈', '파트 오브 유어 월드', '리플렉션' 등 디즈니 음악 네 곡을 연달아 불렀다. 조정은은 "디즈니 노래를 부르면 현실과는 조금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조정은은 영감과 상상력을 빚어내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엠마'와 '루시'가 부르는 이중창 '인 히스 아이즈(In His Eyes)'가 대표적이다.

'엠마 역 시조새'로 통하는 선배 이혜경, 그리고 역대 엠마를 맡았던 자신과 최현주의 삼중창으로 편곡했다. 본인은 루시 파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자칫 박제될 수 있었던 엠마 캐릭터가 세 배우들 덕에 생생히 지금으로 소환됐다.
 
이날 호흡은 가수 겸 뮤지컬배우 김준수와도 맞췄다.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 국내 초연에 함께 출연한 김준수와 이 뮤지컬의 듀엣곡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선보였다. '드라큘라'는 조정은에게 연기의 재미를 알게 해준 작품. 내년 2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다시 공연하는데 출연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서울=뉴시스】 조정은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컴퍼니 휴락 제공) 2019.11.22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정은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컴퍼니 휴락 제공) 2019.11.22 [email protected]

끓어오를 듯 달궈진 무대는 쉽게 식지 않았다. 조정은이 알고 있는 가장 최신 가요인 아이유의 '밤편지', 영국으로 유학 가 한국을 그리워하며 불렀다는 미국 재즈 가수 배리 매닐로우의 '웬 악토버 고즈(When October goes)'는 평소 조정은의 입술에서 듣기 힘든 귀한 곡들이었다.

조정은은 짧게나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둘시네아'를 부를 때 있는 힘을 다했다. 이 작품에서 조정은은 '알돈자'를 연기했는데 바닥을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너무 힘겨웠단다.

무대 위에서 완벽함을 보여온 조정은은 이날 고백했다. 자신이 겁이 많고 도전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 지에 대해. 용기를 내 그런 것들을 '마주'한 이번 콘서트는 머나먼 이국에서 현실로 조정은과 팬들을 데리고 왔다.

'피맛골연가' 출연 이후 '선녀'로 불리는 조정은은 사실 털털하다. 알게 모르게 이미지와 현실의 어두운 마음 동굴 속에 갇혀 있던 그녀는 첫 콘서트에서 자유로워보였다.

이번에 '나무꾼 오케스트라'를 이끈 양주인 음악감독은 그녀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친구로 두 사람이 서로를 꼭 끌어안을 때, 그동안 쌓여온 감정의 켜가 관객들을 감쌌다. 

조정은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 '제루샤'의 넘버 '행복의 비밀'을 본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골랐다.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은 아니지만 노랫말이 너무 좋다고 했다.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 그걸 배웠죠. / 행복이란, 그 흐름을 즐기는 것 그걸 배웠죠."

권태와 익숙함이 지배하는 무채색 삶에서 리듬과 흐름을 새기는 기적. 앙코르 곡으로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조정은은 그야말로 조정은이었다. 본인을 제대로 마주해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진심을 보여줄 수 있다. 조정은은 그것을 증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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