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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향해 칼 빼든 정부…'다국적 IT 공룡'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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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24 06:00:00
국세청 "다국적 IT 기업 조세 회피 조사"
올 들어 처음으로 '다국적 IT 기업' 명시
비슷한 시기 공정위도 ICT 전담 TF 꾸려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 조사하겠다"
구글세 논의 대응하는 초석이라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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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뷰=AP/뉴시스]7월1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2019.10.29.

[세종=뉴시스]김진욱 기자 = 정부가 구글을 향한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구글이 내지 않은 세금을,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한국 게임사 등에 한 '갑질'을 들여다보겠다고 동시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역외 탈세·공격적 조세 회피 혐의자의 세무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국적 IT 기업은 조세 조약과 세법의 맹점을 악용해 한층 진화한 탈세 수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올해 들어 세무 조사 계획을 여덟 차례 밝혔으나 그 대상에 '다국적 IT 기업'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쟁점은 한국에 '고정 사업장'을 두지 않은 다국적 IT 기업에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물릴 수 있느냐다.

유한회사 형태인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영업이익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버는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에 뒀다. 현재 조세법상으로는 한국에 고정 사업장을 두지 않은 기업의 과세 요건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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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9.11.20. ppkjm@newsis.com

당시 브리퍼로 나섰던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구글로 (조사를) 확대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이 구글이라고) 개별 기업을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조사 착수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다국적 IT 기업 등의 국제적 이중 비과세 등 조세 회피 행위에 대응해 세계적으로 '구글세'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칼끝도 구글을 향해 있다. 이번에는 '갑질' 조사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구글의 거래상 지위 남용 및 시장 지배력 지위 남용 혐의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은 '거래 당사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를 강제하는 등 행위'를 뜻한다. 시장 지배력 지위 남용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서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등 행위'다.

구글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높은 점을 악용해 한국 게임사에 "다른 앱 마켓에는 게임을 출시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스마트폰 출고 시 구글 앱을 선탑재하라"고 강요했다는 혐의도 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18일 비슷한 혐의를 받는 네이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처가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 격)를 발송했다. 조사에 착수한 지 약 2년 만이다.

애초 관련 업계에서는 "조사 기간이 길었던 만큼 구글을 네이버보다 먼저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네이버를 먼저 처분한 점을 두고 "이를 지렛대 삼아 구글에 칼을 대려는 복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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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ppkjm@newsis.com

공정위가 지난 15일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면서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정보통신기술(ICT) 조사 전담팀'을 출범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공정위는 ICT 전담팀 출범을 알리며 조사 대상 첫 번째 사례로 구글을 꼽았다. "구글이 쇼핑 등 서비스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며 경쟁사를 차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구글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점을 두고 학계에서는 "구글세 세계 논의에 발맞추기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세청과 공정위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예측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치러질 구글세 논의와 관련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일 수 있다"고 짚었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도 "한국은 구글세 논의와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딩 그룹(Leading Group)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때 나름의 효율적인 대응책은 너무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분위기를 따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축이 돼 논의하는 구글세의 정확한 명칭은 '디지털세'(Digital Tax)다. '다국적 IT 기업이 세율이 낮은 나라로 빼돌리는 소득에 물리는 세금'을 가리킨다.

구글은 특허 사용료 등 명목으로 각국 현지 법인 소득의 대부분을 부당하게 이전(Shift), 세금을 회피해왔다. 구글을 비롯한 다국적 IT 기업이 회피하는 조세 규모는 연간 1000억~2400억달러(약 117조8000억~282조7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OECD는 오는 2020년 말까지 구글세의 새 기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새 기준이 나오면 주요 20개국 협의체(G20)를 중심으로 각국이 과세권을 조정하는 양자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2021~2022년부터 구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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