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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회 제한' 아전인수 해석들…'학생 안전'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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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27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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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시각장애 학생들은 시력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귀가 예민하고 시끄러운 소리 듣기를 괴로워하는 특성이 있습니다."(서울맹학교 탄원서 중에서)

눈이 어두워지면 귀(청각)를 포함한 네 개의 감각이 눈을 대신한다.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길지 않은 평생에 걸쳐 체득해 온 대안감각일 테다.

그런데 학생들의 감각을 방해하는 잡음이 생겼다. 지난달부터 벌써 두 달 가까이다. 학교에서 600m 가량 떨어진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시위가 계속되면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지난달 3일 광화문 대규모 집회 후 청와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농성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 특유의 격정적인 연설에 극적인 효과를 더할 확성기, 흥을 돋울 노래와 부부젤라까지 수시로 동원됐다.

그 소리가 지나쳐 맹학교 교실에서 노래 가사가 무엇인지 들릴 정도가 됐다. 음성 보조기기를 사용해 진행되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바닥을 두드리며 그 소리로 길을 찾는 보행수업도 어려워졌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보행수업 자체가 중단되고, 미뤄지고 있어요.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하고, (실질적으로) 위험을 느끼기도 하죠."

그래서 맹학교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전했다. 지난 19일 관할 종로경찰서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자녀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절절한 호소가 담겼다.

"청와대와 가까이 있다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소음에 고통 받고 시각장애 학생들의 보행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확성기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가야할 방향을 놓쳐 찻길로 들어가기도 하며 생명에 위협을 느낍니다."

경찰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과 함께 이를 받아들여 지난 25일부터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하는 단체에 집회시위 제한통고를 했다.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떠들지 말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여전하다. 김 회장은 "밤중에 보행수업을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다.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긴 하는데, 주 학습시간이 낮이라서…."

더 큰 아쉬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이다.

친정부 성향으로 지목되는 단체들을 예로 들며 그들의 집회를 제한한 적이 있었냐고 묻는다. 그러나 피해자가 명백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거 유사시에는 왜 안그랬냐고 묻는 건 치졸한 흠집잡기일 뿐이다.

청와대의 시그널을 받은 경찰의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빈행사 중 청와대 앞 시위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한 바로 다음날 공교롭게도 집회제한을 통고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 경찰의 결정에 굳이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야 할지는 의문이다.

맹학교 학부모회가 강조한 행복추구권과 안전할 권리는 모든 권리에 앞선다. 아전인수식 해석보다 피해자 구제가 우선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jo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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