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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물가 급락' 저성장·저물가 늪…커지는 'D의 공포'

등록 2019.12.03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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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되나, 디플레이션 우려 확산

연간 GDP디플레이터 하락 전망…위기 때 빼고 이례적

'GDP물가 급락' 저성장·저물가 늪…커지는 'D의 공포'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저물가 흐름이 굳어지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역대 최장 기간 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국내총생산)디플레이터마저 외환위기 이후 역대 가장 큰 폭 떨어졌다. 올해 정부의 목표대로 2.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가게 된다.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처럼 장기 불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가 전년동기대비 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0.1%)부터 4분기째 마이너스를 지속한 것이다.

4분기 연속 GDP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역대 처음있는 일이다. 등락폭(구계열 2010년 기준년)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2분기(-2.7%) 이후 가장 컸다. 위기 때가 아닌 데 GDP디플레이터가 장기간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도 "저성장, 저물가 흐름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과거에 이런 사례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연간 GDP디플레이터 '마이너스' 가능성

물론 GDP디플레이터 낙폭이 커졌다고 해서 우리나라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바로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수출입 물가 등 모든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다. GDP디플레이터 하락은 체감 경기에 가까운 명목 GDP의 증가율이 실질 GDP 증가율을 밑돌았다는 얘기다.

올들어 GDP디플레이터가 급락한 것은 수출물가가 큰 폭 떨어진 영향이 크다. 반도체 단가, 국제유가 하락 등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3분기 GDP디플레이터에서 수출디플레이터는 6.7% 하락해 전분기(-2.0%)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GDP디플레이터, 그중에서도 수출디플레이터 하락이 주는 우려감은 적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해도 수입가격보다 수출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면 손에 쥐는 이익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투자나 고용을 줄이게 된다. 기업들의 고용 감소로 소득이 줄어들게 된 민간은 소비를 줄이게 돼 국가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GDP디플레이터 하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누적 기준 GDP디플레이터는 1.0% 하락해 1999년과 2006년 이후 연간 역대 세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뉴시스]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기대비 0.4% 성장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기대비 0.4% 성장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내수도 부진한 상황이다. GDP디플레이터에서 내수디플레이터는 플러스(+)값을 나타내긴 했지만 증가율이 1.0%에 그쳐 전분기(1.7%)보다 크게 저조해진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2% 상승해 지난 1월부터 11개월 연속 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을 지속한 것이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0.6%로 1999년 12월(0.5%) 이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저성장·저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최근 한국경제연구원도 '디플레이션 가능성 점검과 분석'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저물가 양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동반 하락속도가 생각보다 가파르다"고 우려했다.

◇빠르게 내려앉는 성장률…내년 2%대 성장 여부도 '암울'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빠르게 내려앉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잠정치)은 0.4%에 그쳤다. 1분기 -0.4% 성장률로 역성장 한데 이어 2분기 1.0%를 기록했다가. 다시 0%대로 내려앉게 되면서 올해 2% 성장 가능성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올해 2.0%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 성장률이 0.93~1.30%가 돼야 하는데 버거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장세가 약해지면 소비, 투자 부진 등으로 이어져 물가 하방압력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 재정에 기댄 성장에도 한계가 있어 저성장·저물가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돈을 풀어 고용을 늘리고, 재정을 쏟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도 성장률은 2%대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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