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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 얻는 일, 그 세상 어려운 일 해냈다...정일 개인전

등록 2019.12.05 11:16:24수정 2019.12.05 11: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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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서 12년만에 개인전...어린왕자 모티브 40점

왕관을 쓴 왕자와 공주등 화려한 여왕 등장 눈길

[서울=뉴시스]정일, Reminisce 182x227.3cm Oil on canvas 2018

[서울=뉴시스]정일, Reminisce 182x227.3cm Oil on canvas 2018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술가는 정신연령이 10세 미만이어야 한다”

40년전 '미술학도'였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60살까지 열심히 그림 공부하고 그 이후부터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남의 흉내 내지 않고 재미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화가 정일(61·경인교대 미술과 교수)은 그 초심이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동화속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을 함축해 놓은 듯한 작품을 선보인다.

일상 속 익숙하고 소박한 소재들이 화면 안에서 문학적 기호와 상징이 되어 부유하고 있다. 더 큰 꿈을 향해 떠났던 외로운 파리 유학 시절에 다시금 펼쳐 들었던 생 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는 작가에게 큰 영감이 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작품 속의 주요한 모티브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12년만에 연 개인전은 따뜻하고 포근한 감성을 전한다. ‘Reminisce'(추억)을 주제로 '다시 만난 어린 왕자'등 회화 40여점을 전시했다.

[서울=뉴시스]정일, Reminisce 73x91cm Oil on canvas 2019 (2)

[서울=뉴시스]정일, Reminisce 73x91cm Oil on canvas 2019 (2)


  왕관을 쓴 왕자와 공주, 보아 뱀과 코끼리를 삼킨 모자, 피아노, 바이올린, 꽃, 새, 촛불 우산, 의자, 테이블 등을 몽환적인 색채와 함께 동화적인 느낌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 신작들에서는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여왕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여왕의 모습을 한 여인은 누군가의 연인이다. 특히 작가에게는 자신의 아내를 담아냈다. 그림 속의 여인은 17세기 프랑스 여인들이 착용했던 드레스와 부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마치 레이스 위로 행복한 꿈을 수놓은 듯하다.

작가는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피아노와 같은 악기연주와 음악을 즐기고 사랑한다. 음악으로부터 또한 많은 영감을 얻고 그의 작품 속에도 늘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도 합주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 바이올린, 피아노와 노래하는 새등이 선율의 리듬을 전한다.  다채로운 색상과 작가가 성실하게 쌓아 올린 두터운 마티에르는 화면을 더욱 풍요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채워준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선화랑 정일 개인전이 4일 개막했다. 왕관을 쓴 왕자와 공주등 화려한 여왕의 등장으로 눈길을 끄는 이번 신작전은 21일까지 열린다. 2019.12.05.hyu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선화랑 정일 개인전이 4일 개막했다. 왕관을 쓴 왕자와 공주등 화려한 여왕의 등장으로 눈길을 끄는 이번 신작전은 21일까지 열린다. [email protected]


그림속 소재들은 모두 작가의 일상 흔적이 담겼다. 새는 과거 파리에서 처음 말을 나누었던 구관조 ‘가스통’의 모습에서 착안했고, 우산은 학창 시절 우산을 놓고 친구와 싸웠던 기억을 되살려 화폭 속에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해냈다.

작가에게 순수함과 아름다움, 자유로움을 선사한건 유년시절 각인된 '어린 왕자' 덕분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 갈망으로부터 타협해야 하는 현실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과거와 미래의 떨쳐버릴 수 없는 불안함 속에서 다시금 지나온 나의 이야기를 되감아보았다. 어른의 세계에 와서 다시 떠올려보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라고 했다.

"어린 왕자를 통해 바라보는 나의 그림은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세계, 어쩌면 흔히 동화(童話)라 불리는 세계라 생각하며 '어른 동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화면 속 사물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짜여지고 모든 이미지가 서로 어우러져, 상징적인 이야기로 연출되는 꿈이나 몽상의 세계, 동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와 같은 자유스러운 감성을 고스란히 거리낌 없이 풀어낸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는 동화 '어린 왕자'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화가 정일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 같다. 전시는 21일까지.

[서울=뉴시스] 정일, Reminisce 130x163cm Oil on canvas 2018 (2)

[서울=뉴시스] 정일, Reminisce 130x163cm Oil on canvas 2018 (2)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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