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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누더기 청약 제도, '부적격 당첨' 개인 탓만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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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06 17:35:40  |  수정 2019-12-09 07: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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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내 청약 점수가 43점이라는데…"

얼마 전 뒤늦게 결혼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는 대뜸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 당첨 점수가 몇 점이냐"고 물었다.

그는 청약 점수 산정 기준부터 1순위 청약 가점까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이 성토가 됐다. "청약 제도가 안 그래도 복잡한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더 복잡해졌다", "정부는 대체 뭘 하는 거냐"며 따지듯 물었다.

기자는 건설부동산 분야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라며 딱 부러진 설명 대신, "청약 점수를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청약에 나서라"고 어물쩍 넘겼다. 신통치 않은 답변을 눈치 챘는지, "평생 빚만 갚으며 살아도 좋으니 서울에 집 한 채 갖는 게 소원"이라는 대답과 함께 전화기 너머로 한숨이 새나왔다.

찜찜했다. 공인중개사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를 돌렸다. 이들에게 물으니 이런 경험을 가진 이가 드물지 않았다. 중개사들도 청약 제도가 너무 복잡해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리고, 국토교통부나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사이트를 안내한단다.

국토부 사이트 검색창에 '청약 제도'를 입력했다. '주택청약 및 공급규칙 FAQ 공지'라는 문건이 나왔다. 분량이 A4용지로 153장에 이른다. 아파트투유 사이트도 확인했다. 전문용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낯선 용어가 눈에 띄었다. 난생처음 청약에 나서는 사회 초년생이나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주택 청약 제도는 1978년 처음 도입됐다. 그간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자격 요건이나 가점 항목, 1순위 기준 등 관련 내용이 139번이나 바뀌었다. 한 마디로 '누더기'다. 청약 당첨자 10명 중 1 명꼴로 '부적격 당첨'이 나온 이유다. 전문가들조차 손사래 칠 정도로 복잡한 청약 제도를 두고, 난생 처음 내 집 마련의 부품 꿈을 안고 청약에 나선 개인의 잘못으로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내년 2월부터 현재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는 청약업무가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된다. 감정원은 입주자 자격부터 청약 예정자들이 부적격 여부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청약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누더기 청약 제도'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어려운 용어는 쉬운 말로 바꾸는 등 좀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 목돈 없는 서민에게 집 한 채는 목숨과도 같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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