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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지휘자 김은선, 클래식계 '여성·동양인' 유리천장 깬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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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06 13:53:04
96년 역사 미국 정상급 샌프란시스코(SF) 오페라 첫 여성 음악감독
'마에스트라' 장한나·성시연도 재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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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AP/뉴시스]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역사상 첫 여성 지휘자로 지명된 한국의 김은선(39). 2019.12.6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한국 지휘자 김은선(39)이 미국 샌프란시스코(SF) 오페라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됐다. 96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오페라단의 첫 여성 지휘자다.

유럽을 주 무대로 활약해온 김 지휘자는 클래식계 유리천장을 깨온 주인공이다. 백인남성 위주로 공고한 벽을 쌓고 있는 특히 지휘계에서 동양인,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조직 내에서 일정 서열 이상 오르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킨다. 동양인 여성 지휘자에게 유럽·미국 클래식음악계의 그 유리천장은 여전히 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휘자는 국내 무대에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대신 일찌감치 유럽 무대에서 떠오르는 스타였다. 미국까지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 명실상부 세계 클래식음악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국 출생인 김 지휘자는 연세대 작곡과와 연세대학원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수석졸업했다.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악대학 오페라지휘전공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했다.

2008년 5월 지저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지휘자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2008년 9월 스페인왕립극장 부지휘자로 이름을 알린 뒤 유럽의 여러 오페라단에서 활약했다.

특히 2012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라보엠'을 지휘한 뒤 현지에서 주목 받아왔다. 2013년에는 영국 국립오페라단(ENO)에 데뷔했다. 왕립오페라단과 함께 영국의 양대 오페라단으로 손꼽히는 115년 전통의 ENO에서 한국인이 지휘를 맡는 것은 김은선이 처음이었다.

2015년에는 독일 정상급 오페라단인 베를린 국립오페라와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에 데뷔하기도 했다. 베를린 국립오페라 무대에 김 지휘자를 초청한 것은 세계적 거장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었다.

2017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해 미국에 데뷔했다. 이 오페라단이 25년만에 처음으로 초청한 지휘자였다. 올해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에 데뷔했고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와 시카고 리릭 오페라 지휘도 예정됐다.

 특히 지난 6월 SF오페라의 안톤 드보르작 '루살카'로 호평을 들었다. 이 공연 지휘가 이번 SF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발탁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슈 실벅 SF오페라 총재는 김 지휘자에 대해 "예술적으로 숙련되고 열정을 갖춘 사려깊은 지도자로서 오페라 내 모든 사람들로부터 믿을 수 없는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지휘자들에게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나 음악감독 포디엄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뉴욕 필, 베를린 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을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1902∼1989)를 다룬 영화 '더 컨덕터'(14일 개봉·감독 마리아 피터스)에서도 명시되듯 현재 '세계 20대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나 음악감독, '세계 50대 지휘자' 중에 여성은 없다.

김 지휘자의 차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여성으로서 SF오페라처럼 규모와 명성을 자랑하는 대형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된 사람은 김 지휘자가 처음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김 지휘자는 SF오페라를 통한 성명에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집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며 "새로 지휘자직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지휘자는 지난 9년 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지휘를 맡았던 니콜라 루이소티의 뒤를 잇게 된다. 2020/2021 시즌이 시작되는 내년 8월 베토벤의 '피델리오'부터 이 오페라단을 이끈다. 김 감독은 첫 계약 5년 동안 오케스트라 지휘뿐만 아니라 합창도 지휘하게 된다. 매 시즌 최대 4번의 작품(production) 공연을 할 예정이다.

김 지휘자는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12년생이었던 할머니가 '여의사'로 평생 불렸지만, 여자들도 그냥 '의사'로 불리는 시대를 보셨던 것을 새삼 떠올렸다"고 말했다. "내가 첫 여성 음악감독이 된 데 대해 감사해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여성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휘자의 활약에 힘 입어 역시 유리천장을 뚫기 위해 노력해온 한국의 여성 지휘자들 즉 '마에스트라'들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 최근 자신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한 장한나를 비롯 성시연, 여자경 등이 대표적이다. 동양 전체로 범주를 넓히면 일본의 니시모토 도모미 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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