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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시험' 후 침묵하는 北…ICBM? 인공위성? 궁금증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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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09 11:21:48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매체, 시험내용 일제히 침묵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로 동창리 시험장 공개…로켓 엔진 분사 흔적
고체연료 ICBM 엔진 시험했다면 북미, 남북 정상회담 합의 정면 위배
장영근 "고체 추진제로 시험했다면 지난 2년간 연구, 비핵화=쇼 증명"
일각에선 액체연료를 활용하는 인공위성 엔진 시험을 했을 것이란 관측
류성엽 "위성이라면 정지궤도 발사나 2대 이상 복수 발사 등 시험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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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동창리 서해발사장과 인근 건물에서 차량과 장비 등의 움직임이 민간위성에 의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1월 30일 보도했다. 사진은 동창리 서해 발사장의 발사대 뒤쪽 그림자 안에 5~6개의 새로운 물체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으로, 차량과 장비인 것으로 VOA는 추정했다. <사진출처:VOA> 2019.12.01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 발사장(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8일 발표한 가운데 구체적인 시험 내용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9일 오전 이번 시험 내용을 보도하거나 사진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매체는 일제히 침묵했다. 이번 시험이 북미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탓에 추후 대응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침묵 속에 시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일부 자료가 공개됐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이 한국시간 7일 오후 2시25분과 8일 오전 11시25분 촬영한 동창리 엔진 시험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7일에는 지표면 굴곡과 바위들이 평상시와 다름없었지만, 8일 오전에는 엔진 시험대 남쪽에 먼지와 모래가 쌓이는 등 지형이 바뀐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로켓 엔진 분사 때 강력한 배기가스가 분출된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로켓 엔진 시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로켓 엔진 시험 흔적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어떤 시험이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인지 우주발사체 시험인지, 고체연료를 썼는지 액체연료를 썼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고체연료를 활용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약속했던 내용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북·미,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설 폐쇄를 구두 약속했는데 이를 스스로 깬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 엔진 시험은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라며 "고체 추진제로 시험을 했다면 지난 2년간 개발을 해왔다는 뜻이다. 비핵화는 쇼였다는 증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체연료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북한이 아직 그 정도 기술을 얻지는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근 교수는 "고체연료를 쓰면 초기 비행을 하다가 폭발하기도 한다"며 "또 고체연료를 넣을 때 우선 액체나 겔 상태로 넣은 뒤 고화하는데 이 때 공기 방울이 들어가면 못 쓴다.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설사 북한이 고체연료 기술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이 엔진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바로 적용해 발사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험은 엔진을 인증하는 차원이므로 실제 발사까지는 2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액체연료를 활용하는 인공위성 엔진 시험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2017년 개발한 액체 엔진인 백두산엔진을 여러 개 묶은 뒤 이를 연소하는 시험을 해봤다는 것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백두엔진을 개량해 액체연료 엔진을 복수로 묶어서 시험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성 발사체라면 정지궤도에 올리는 것이나 위성을 2대 이상 복수로 발사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에) 후자를 보여주면서 향후 다탄두 미사일 개발 가능성 카드를 빼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면서도 북미 합의를 깨지는 않기 위해 인공위성 시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감시정찰 위성 확보에 집중해왔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더라도 감시정찰 위성이 없으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영근 교수는 "작년에 북한이 우리와 협상을 할 때 제일 먼저 요구한 게 비무장지대에서 감시정찰 자산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북한은 감시정찰 자산을 갖추지 못한 것을 그간 치욕적으로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 시험으로 확인될 경우 미국으로서도 북한을 비난할 명분이 부족해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핵실험에 예민하게 반응할 뿐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은 전략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선전할 것이다. 그러면서 동남아 국가에 인공위성을 대신 쏴주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다"며 "또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트럼프가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유로 눈을 감아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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