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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드레스 벗으니 음악에 더 집중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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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10 09:30:08
11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서 리사이틀 '보이스 II'
서태지·우원재·우효·황소윤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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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진주.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2019.12.0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서태지 마니아'로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1)는 최근 플레이 리스트에 래퍼 우원재, 싱어송라이터 우효를 추가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들이다. 조진주는 검정치마, 자우림 등 개성 강한 대중음악가들을 좋아해왔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조진주는 문화에 관심 많은 또래처럼 '힙한' 카페와 갤러리 가는 것을 즐겼다. "최근에는 새소년의 황소윤 씨가 너무 좋아요. 원래 베이스 치는 여성을 좋아했는데 소윤 씨 덕분에 기타를 치는 여성이 멋있는 줄 알았죠.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도 멋있잖아요. 아, 씨엘도 컴백했죠! 하하."

조진주는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들려주고 있는 대표적인 젊은 클래식음악가다. 2014년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과 호기심이 많은 탓에 일부에서는 오해도 하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조진주는 '음악의 창문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객석'을 통해 소설가 은희경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인터뷰도 한 조진주는 "그 분들을 통해 음악을 더 잘하고 싶었다"며 방긋 웃었다.

"영감이 불시에 떨어지지 않잖아요. 저는 영감을 찾는 일이라면 어디서 찾아 가요. 매일 연습을 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그런 자극이 없으면 안 되죠. '제 나름의 서바이벌 방식'을 찾은 것 같아요."

조진주는 자유로운 연주자다.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 해 말 '굿바이 콩쿠르'를 외친 뒤 행보도 홀가분해졌다. 협주,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교육, 예술경영 등을 자유롭게 오갔다.

켄트 나가노, 마이클 스턴, 제임스 개피건 같은 정상급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클래식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병원, 호스피스 요양원, 학교에 찾아가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미국 클리블랜드에 '앙코르 챔버 뮤직 캠프'를 설립, 음악감독을 맡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내악의 기본과 감정적 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1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는 리사이틀 '보이스(VOICE) II'를 펼친다.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이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의 부제는 '지난 밤, 꿈속의 이야기'다. 조진주가 어린 시절 CD가 스크래치 나도록 즐겨 들은, 그러면서 바이올린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러나 연주를 하며 절망을 느꼈던 곡들로 구성했다.

'2015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네 차례 자신의 무대를 선보였는데 자신의 색깔을 강조하는 '보이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공연하는 것은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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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멘델스존과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소품집을 선보인다.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노바체크 페르페투움 모빌레, 엘가 변덕스러운 여자, 폴디니 춤추는 인형 등이다.

독주회 2부를 소품집으로 채우는 것은 요즘 보기 드문 구성이다. "저는 낭만적인 부분이 있어 소품을 좋아해요. 그런 곡과 사랑에 빠져 왔죠. 엄마랑 차를 타고 가면서 사랑에 빠진 음악들로 배치했어요. 한국에서 연주하면 청중이 열광적이고 반응 속도도 빨라서 재미있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공연하는 '시그니처'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직 일부 콩쿠르에는 도전할 수 있는 나이로 가끔 출전하고 싶은 마음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과거에 공개적으로 한 '굿바이 콩쿠르'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콩쿠르는 중독적인 부분이 있어요. 이겼을 때 짜릿하고 환상적인 기회들을 제공하죠. 하지만 이기면 '빅스타'가 될 같은 환상은 현실이 아니죠. 콩쿠르를 그만두겠다고 한 선언은 주변에 '나 다이어트를 한다'는 선언 같았어요. 그렇게 알려야 다이어트도 성공하잖아요. 하하."

인디애나폴리스 바이올린 콩쿠르가 세계적 경연 대회였음에도 우승한 직후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결선에 오른 6명 중 한국 연주자가 5명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크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여기까지 온 과정, 감정을 너무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당시 결선에 진출한 여섯 명이 모두 여성이기도 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비리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조진주는 "당시 분노를 했어요. '여자가 잘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했죠"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세계적으로 클래식계에 가부장적인 것이 남아 있는 탓에, 무의식적으로 여성 음악가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조진주는 "여성 연주자들도 힘들지만 남성 연주자들도 힘들어요. 동지애를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무래도 막강한 권력을 지휘고 있는 지휘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저희가 예쁨을 받아야 하니, 아무래도 불편한 경험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그럴수록 여성 연주자들이 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인 남자가 아닌 모든 카테고리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진주가 과거 연주회에서 '정장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 것은 클래식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 연주자는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관례처럼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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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입고 올라갔는데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어요. 움직이기가 너무 편했죠. 신경을 쓸 것이 줄어드니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드레스만 입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간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하. 저는 특이하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생소해하시더라고요. 편하고 싶어서 입었을 뿐이죠."

다만 "'옷이 내려갈까' '내가 뚱뚱해보일까'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제거가 되니 '이게 억압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진주는 쿨하고 솔직하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기존 클래식 연주자와 다르다는 인식을 안기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집단, 보편적인 것과 핀트가 잘 안 맞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예술이나 원동력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만큼 채워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집단에서 찾지 못하는 것을 예술에서 찾았다고 할까요. 이해관계나 상황 때문에 음악이나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신념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은 맞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빨리 바뀌다 보니, 그것에 더 격하게 거부하시는 기성세대분들도 있죠. 오래 도록 뇌를 열어두고 싶어요. 예술적 가치와 신념은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살아 있지 않을까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맥길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조진주는 날씨가 추운 그곳에서 강아지 '미소'와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찬 기운보다 따듯한 기운을 한껏 머금고 있다. 생각하는 것, 들려주는 음악에 펄떡이는 생동감이 넘친다.
 
"들었을 때 '죽어 있다'고 여겨지면, 그건 고전예술에서 실패라고 생각해요. 들었을 때 '소리가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죠. 고전음악은 과거의 시공간을 지금으로 가져오는 것이잖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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