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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보호법 1년…청소년엔 여전히 "어린게 뭘"

등록 2019.12.26 14: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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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유니온, 청소년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어린 애 사귀는 게 몸보신" 갑질·성희롱 빈번

"그냥 꾹 참고 빨리 시간이 흐르기 만 바랐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1년…현장 안착 안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청소년 노동자가 처한 감정노동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어리다는 이유로 더욱 열악한 감정노동 상황에 처해 있다고 청소년들은 응답했다.

만 15~24세 청소년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이 26일 발표한 청소년 노동자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52명 중 61.9%에 달하는 156명이 일터에서 웃음·친절 등 감정노동 요구를 '매우 많이' 또는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일터에서 갑질 또는 협박, 신체적·언어적 성희롱, 성폭력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응답자는 "술 취한 아저씨들이 '색기 있게 생겼다', '아이를 잘 낳겠다’는 성적 수치심이 드는 언행을 했고, 돈을 던지거나 반말을 하는 고객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으로 시작해 얼굴, 몸매 품평에 '어린 애랑 사귀는 게 몸보신이다' 류의 성희롱 발언 뿐 아니라 나이를 묻고 고등학생이라고 답하면 일을 안 해본 티가 난다고 사소한 것까지 지적하는 등의 경우가 많았다"고 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청소년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방어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을 응대하는 상황에서 상사 및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7.39%(69명)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참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끝까지 웃으면서 대응하고 혼자 삭혔다", "최대한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꾹 참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랐다"는 답을 내놓았다.

또 전체의 58.33%(147명)은 일터에서 감정노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주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단순한 주의를 넘어 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6명), 임금삭감 및 임금체불(3명), 해고(8명) 등 강도높은 부당 대우를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나왔다.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부당하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현장에 안착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며 "일터 내 고객대면서비스를 진행하는 감정노동자에게 악성고객에 대응하는 재량권을 주는 등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유니온은 지난 9월9일부터 이달 9일까지 3개월 간 만 15~18세 청소년 감정노동자 252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10명을 상대로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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