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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고서]소득은 적고, 빚만 쌓여…고령층 부채 '경고등'(종합)

등록 2019.12.26 14: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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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대 최고'

60대 이상 가계대출 '고공행진'…증가율 9%대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도 가파른 증가세 빨간불'

[금융보고서]소득은 적고, 빚만 쌓여…고령층 부채 '경고등'(종합)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우리나라 가계빚 증가속도가 둔화했지만, 소득 여건이 부진해진 탓에 소득 대비 빚 부담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적은 고령층의 가계부채는 나홀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며 경고음을 냈다. 60세 이상 고령층에 본격 진입한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들이 은퇴 이후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빚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말 가계부채는 1572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2분기말(2.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하지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3%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계가 세금 등을 빼고 쓸 수 있는 돈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이 2.0% 늘어나는 데 그쳐 가계빚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영향이다. 그만큼 가계가 떠안게 된 빚 부담이 커진 셈이다.

◇60대 이상 고령층 가계대출 '이상 급증'

가계빚 중에서도 '취약고리'로 꼽히는 고령층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 3분기말 기준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은 9.9%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이 3.9%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가파르다. 30대 이하(7.6%), 40대(3.3%), 50대(4.4%) 등의 부채 증가율과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진다. 60대 이상 대출이 빠르게 늘며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말 18.1%로 2014년(15.4%)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연평균 약 0.5%포인트씩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60대 이상 차주의 1인당 대출금액은 7900만원으로 조사됐다.

고령층 대출이 나홀로 증가세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50대 후반~60대 초반에 이르는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연령층에 진입하면서 60대에 편입되는 차주의 대출도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들 차주의 대출 규모는 2013년 10조원에서 2015년 22조1000억원, 올해 25조9000억원으로 점차 늘고 있다.

이미 은퇴를 맞았는데, 길어진 수명으로 노후생활에 대비하기 위해 빚을 내 소득 활동에 나서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임대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중 60대 이상 가구주가 보유한 비중은 2013년 19.7%에서 지난해 27.4%로 상승한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중 60대 이상 비중도 2012년 16%에서 올 3분기말 21.7%로 확대됐다.

문제는 고령층 대출은 소득에 비해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60대 이상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12.6%로 다른 연령층 수준(164.4~189.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70대 이상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251.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금융보고서]소득은 적고, 빚만 쌓여…고령층 부채 '경고등'(종합)


고령층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편중돼있어 채무대응능력도 떨어진다.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05.9%로 100%를 넘어섰다. 쓸 돈은 적고, 자산은 부동산 등에 묶여 있다보니 집값 하락 등의 충격이 발생할 때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이 빌린 대출의 절반이 넘는 53.6%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에서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 차주 중 취약차주의 대출규모 또한 2012년 8조5000억원에서 올 3분기 1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곳곳에서 고령층 가계빚에 대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한은은 "고연령층은 소득 측면에서 레버리지가 높고 금융자산에 의한 채무대응능력이 떨어진다"며 "최근 건전성 저하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 자영업자 가계대출도 '취약고리'

또 다른 가계빚의 취약고리인 저소득 자영업자의 빚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9월말 기준 51조8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대출(670조6000억원)의 7.7%를 차지했다. 차주수는 44만5000명으로 전체의 23.6%를 나타냈다.

대출 증가율은 12.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정부의 규제 등으로 지난해 3월(21.6%) 수준에 비해서는 둔화했다.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중에서는 저신용자(6.8%), 고금리(12.4%), 연체차주(4.1%) 대출 비중이 다른 자영업자(각 3.5%, 4.7%, 2.2%)에 비해 높게 조사됐다.

한은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장기 연체자의 대출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득 대비 이자상환부담률이 상승하는 등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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