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유통 빅3 "매일매일이 비상...안 바뀌면 죽는다"

등록 2020.01.06 09:39: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유통 3사 총수 신년사 일맥상통

혁신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 절박함

신동빈 "처음부터 시작, 싹 다 바꿔"

정용진 "준비된 기업 불경기에 성장"

정지선 "변화 흐름 빠르게 읽어야"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게임 체인저가 돼라."(신동빈) "관습을 타파하라."(정용진) "기민하게 판단하고 빠르게 실행하라."(정지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전통의 유통 3사를 이끄는 총수들의 올해 첫 메시지다. 사용한 단어는 제각각이었지만, 내용은 일맥상통했다. '변하라.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한다.' 국내 유통업계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이들은 최근 거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사람들은 더이상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5조원에 육박한다. 1년 만에 약 25조원 증가한 수치다. 쇼핑 패러다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아닌 쿠팡·G마켓 등 e커머스 업체다. 변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작은 지난해 말 유통 3사 임원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수장이 전원 교체된 사건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해달라"고 주문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반드시 이뤄나가야하는 과제"라고도 했다. 롯데는 백화점·마트 등 쇼핑 부문 전 상품을 하나의 모바일 앱에서 구매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인 '롯데ON'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선보이게 된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온라인 경쟁력을 e커머스 업체 인수를 통해 단번에 끌어올릴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 회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 사업 방식과 경영 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고추냉이 속에 붙어 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다'는 속담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먹다 결국 쇠퇴할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마트다. 한 때 영업이익이 7000억~8000억원 수준까지 오르며 그룹 내 최고 효자 노릇을 했던 이마트는 이제 골칫덩이가 됐다. 지난해 2분기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299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마트 대표 자리를 컨설턴트 출신 외부인사로 채우고, 올해 기존점 30%를 식료품 강화 중심으로 리뉴얼 하며, 적자 자회사 정리에 들어간 것에서 정 부회장의 위기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마트 경영전략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했다. 이번엔 "불경기는 기회가 적어진다는 의미일 뿐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준비된 기업은 불경기에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非常)이 일상"이라는 게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생각하는 유통업계 상황이다.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말에서는 롯데나 신세계 못지 않은 위기 의식이 느껴진다. 현대백화점에게 올해와 내년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확장의 해'다. 올해 대전과 경기 남양주에 두 곳의 아울렛을 연다. 동대문에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오픈한다. 내년 초에는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기존 전략의 문제점을 보완,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더 잘하는 것(Do better)에 머물지 말고 다르게 행동(Do different)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