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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이란 사태, 韓 에너지 수급·거시 경제 영향 제한적"

등록 2020.01.10 14: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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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수입 작년 5월부터 중단…당장 수급 차질 없어"

"국제유가 추가급등 가능성 제한적…디플레 압력 완화에 기여"

"美 대선 결과 따라 갈등 장기화 가능성…기업 피해 대비해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선거 유세지인 오하이오로 떠나기 위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공격에 따른 대이란 추가 제재를 승인해 이미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0.01.1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선거 유세지인 오하이오로 떠나기 위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공격에 따른 대이란 추가 제재를 승인해 이미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0.01.10.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의 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한국의 에너지 수급 상황이나 거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0일 펴낸 '미·이란 충돌 사태의 영향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대외연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 중 중동산(産)이 차지하는 비율은 72%다. 천연가스 중에선 39%가 중동산이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지난해 5월부터 중단된 상태여서 당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대외연의 판단이다.

중동산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에서 오고 있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설을 공격하는 등 사태로 공급이 줄게 되면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봤다.

유가 상승은 한국 수출 중 15.4%(2019년 1~11월 기준)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광물성 연료 등에 긍정적인 가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가 상승 폭이 커지면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정세 불안이 확대될 경우 정유 제품은 글로벌 수요가 한꺼번에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기적인 시각에서 유가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대외연은 예상했다. 지난 3일 미국의 공습이 있고 난 뒤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8일 이어진 이란의 보복에도 불구하고 진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일일 37만 배럴 규모의 석유 초과 공급(작년 4분기 평균)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이란의 공급 규모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6.8%(작년 11월 기준)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국제유가의 추가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측했다.
[세종=뉴시스](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제공)

[세종=뉴시스](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제공)

양국의 무력 충돌이 심화되면 국제유가의 일시적인 상승 압력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965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0.4%)를 기록하면서 제기된 '디플레이션'(deflation, 경제 침체로 이르는 상품·서비스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대외연은 내다봤다. 금융 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잠시 요동쳤던 환율과 코스피 지수, 국고채 금리 등이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대외연은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양측이 추가적인 군사 조치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 산발적인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는 있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최소 1년에서 5년가량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유지·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이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한국의 역내 군사적 개입이 실현되면 정부 차원에서 대이란 외교 정책에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대외연은 우려했다. 이 기간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원화 결제 계좌 활용 등이 어려워지고 국내 이란 중앙은행의 계좌 동결 해제, 한·이란 수출입 및 계약 대금 미지급 등 이란과의 경제 협력 현안 해결도 난망해진다.

무엇보다 이란, 이라크 지역에 진출한 기업에 미칠 악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중동 건설수주 규모는 2015년 16억5000만 달러에서 2018년 9억2000만 달러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이라크가 이슬람국가(IS)와의 종전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대규모 재건 사업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우리 기업들은 카르발라 정유 공장 사업,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스웨이라 공군 기지 건설 사업 등에 참여 중이다.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 현지 공사에 차질이 생기고 추가 건설 수주도 어려워질 수 있다.
[세종=뉴시스](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제공)

[세종=뉴시스](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제공)

대외연은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과 함께 국내 상업은행 외에 대체 결제 기관을 설립하는 등 한·이란 경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이란에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제품, 가전제품 등을 주로 수출한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수출입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과거 한때 대이란 수출 비중이 대중동 수출의 20%를 넘기도 했었던 만큼 중동 내 핵심 시장을 놓칠 순 없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원유 추정 매장량은 1580억 배럴로 세계 4위이며 인구도 8200만 명 이상으로 내수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대외연은 "관광, 교육, 문화, 스포츠 등 민간 부문 교류를 통해 양국 간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대이란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간 경제 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 협력, 인적 교류 등 최소한의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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