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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복지]'나의 아저씨' 아이유가 몰랐던 딱 하나 ‘장기요양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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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11 08:00:00
40~50대 아저씨들 쥐락펴락하는 21살 아이유
사채업자에 쫓기고 요양원 진료비 없어 '끙끙'
절망 속 박동훈이 내건 한마디 '장기요양보험'
가까운 건보공단 지사 방문하면 신청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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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tvN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이지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1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재희 기자 = 휴대전화 창에 뜬 전화번호를 기억해뒀다가 대표가 바람피운 사실을 알아내고 부장의 코트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순식간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회사 내 염문을 퍼뜨려 정규직을 해고시킬 생각으로 '기습 키스'도 시도한다.

파견직 21살 이지안(아이유) 앞에서 굴지의 건축사무소에 다니며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이던 40대 남성들은 속수무책이다. 대표이사 도준영(김영민)은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지안 앞에서 꼼짝 못 하고 부장 박동훈(이선균)은 일거수일투족 지안의 손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안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건 이들 40대 아저씨들만이 아니다.

"술 마시고 사고 한 번 쳐본 적 없다"던 박동운 상무(정해균)를 술에 취해 동해가 보이는 강원도 호텔에서 깨어나게 만들고, 그가 추진하던 중국 사업까지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도 대표를 견제하던 박 상무는 그 일로 지방으로 쫓겨나게 되는데, 도 대표 오른팔인 윤 상무(정재성)도 실패한 일이다.

이력서에 중등 검정고시와 취미·특기로 달리기를 써낸 게 전부인 삼안E&C 파견직 이지안 한명에게 삼안E&C 대표부터 상무, 부장 등이 휘둘리고 줄줄이 회사 감사실로 불려간다.

◇21살 이지안이 제임스 본드나 이단 헌트가 된 이유

2018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은 흡사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속 비밀요원들에 가깝다. 제목을 들으면 자칫 아가씨와 아저씨의 로맨스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물들간 관계를 들여다보면 스릴러나 이지안 명령대로 움직이는 '이지안의 아저씨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런 코미디다.

이지안이 이들을 쥐고 흔든 건 모두 1000만원 때문이다.

지안을 돕고 있는 삼안E&C 청소부 춘대(이영석)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애엄마가 돈을 무지 끌어다 쓰고 도망치는" 바람에 듣지도 못하는 노인과 어린아이 둘 앞에는 갚아도 갚아도 끝내 갚을 수 없는 사채빚만 산더미처럼 쌓였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삼안E&C에서 우편물 나르고 안전진단팀 영수증 정리가 끝나면 이지안은 곧장 중국집으로 향해 설거지하느라 바쁘다. 고된 일을 끝마치고 한밤중 집에 들른 지안은 회사에서 몰래 빼돌린 믹스커피 두봉지와 중국집 손님들이 먹고 남긴 음식들로 허기를 채운다.

그렇게 하루종일 돈을 벌어도 사채빚은 끝없이 쌓여간다.

◇사채빚에 쫓겨 요양원에서 한밤중 도피

그 사이 듣지도 못하는 할머니 이봉애(손숙)는 요양원에서 간호사 눈치보기 바쁘다. 진료비 480만원이 밀렸기 때문이다.

결국 독촉 전화에 휘둘리던 지안은 모두가 잠든 사이 병상에 누워있는 할머니와 요양원에서 몰래 도망치기로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마트 카트에 영화 '이티(E.T.)'마냥 할머니를 이불 속에 숨겨 집까지 데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모시려면 무단침입을 밥먹듯 일삼는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부터 떼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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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tvN 제공)
그러려면 일단 돈이 필요했고 1000만원을 구하기 위해 지안은 도 대표의 불륜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미끼로 도 대표가 싫어하는 박동운 상무와 박동훈 부장을 회사에서 잘리게 만들어 주기로 한다. 그 대가가 1000만원이다.

그런데 제거 대상 아저씨 중 하나인 박동훈 부장이 카트에 할머니를 태운 지안과 마주친다. 달이 보고 싶다는 할머니 바람을 들어주려 카트로 동네 뒷산에 오르려던 찰나 동훈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동훈은 이해할 수가 없다. 카트를 덮은 이불 속에 할머니가 있다는 점이 아니라, 왜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지안이 아둥바둥 모셔야 하는지 동훈은 도저히 모르겠다는 눈치다.

"부모님은 계시나? 할머니한테 다른 자식은? 근데 왜 할머니를 니가 모셔, 요양원에 안 모시고. 손녀는 부양의무자 아니야. 자식 없고 장애 있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돈을 못내서 쫓겨나?"

어떻게 하면 도 대표를 이용해 1000만원을 받아낼 수 있을지, 박 상무를 어떻게 쫓아낼지 등 권모술수에 능한 아저씨들도 모르던 답을 척척 내놓던 지안은 동훈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답하지 못한다.

세상과 싸우려 독기만 가득 채웠던 지안의 눈빛은 드라마 중반부에 이르러 처음 흔들린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라도 하는 듯 눈동자는 초점을 잃는다. 그것만 알았더라도 사채에 다른 사채를 끌어다 쓰지 않고 살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며 동훈을 위기로 몰아세울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지안에게 동훈은 "주소지 분리하고 장기요양등급 신청해"라고 말한다.

◇노인 67만명이 이용 중인 '장기요양보험제도'

동훈이 "그런 것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냐"고 말하며 권한 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다.

정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7년여간 준비 과정을 거쳐 2008년 처음 시행한 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65세 이상이거나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으면 장기요양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방문해 조사표를 토대로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간호처치, 재활영역, 환경적 상태, 서비스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점수를 매긴다. 등급은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이 있는데 이중 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은 치매 환자가 해당한다.

등급판정을 받으면 크게 재가급여와 시설급여, 특별현금급여(가족부양비 등) 등 급여 형태로 지원을 받아 돌봄 서비스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재가급여로는 방문요양, 목욕, 간호 등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며 '나의 아저씨' 이봉애 할머니와 지안에게 필요한 건 노인의료복지시설 등에서 장기간 지낼 수 있는 시설급여다.

흔히 병원을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급자가 급여 비용의 일부를 부담(재가급여 15%, 시설급여 20%)해야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생계급여 등을 받고 있다면 동훈 말마따나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2018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인정을 받은 노인은 67만810명에 달한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761만1770명) 100명 중 9명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 숫자는 1년 만에 8만5523명 증가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에 가입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올해 기준 매월 건강보험료에 10.25%에 상당하는 금액을 장기요양보험료로 내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요양보험은 본인이나 가족 중 등급판정을 받은 사람이 없다면 자세히 알기 쉽지 않다. 어쩌면 "할머니랑 주소지부터 분리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알고 있는 동훈보다 태어나 처음 들어본 듯한 지안과 비슷한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빚쟁이들만 가득했던 21살 지안에게 장기요양보험은 딴 세상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일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등급 판정부터 받아야 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전화를 하거나 주변 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표준장기요양 이용계획서에 따라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하고 계약을 체결하면 가정이나 시설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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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8.05.18. (사진=tvN 제공)
◇지안에게 동훈이, 우리사회엔 장기요양보험이

지안을 둘러싼 숱한 아저씨 가운데 왜 하필 동훈이었을까.

동훈은 건축구조기술사다. 건축물을 설계대로 지으면 무너지지 않을지 미리 판단하고 이미 지어진 건물에 대해선 지금 상태가 어떤지 진단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안전에 만전을 기하려면 할수록 사람들은 눈치를 준다. 윤 상무는 "한국에서 일어나지도 않을 지진에 대비하느냐"며 "수십억원이 더 필요한 설비를 하려 한다"고 동훈에게 핀잔을 준다.
 
지안에게서 비밀요원이 떠올랐다면 동훈은 장기요양보험과 닮았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진단하고 세월의 무게에 약해진 이들을 위한 존재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올해에만 95억원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등 재정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마저 비슷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채무와 폭력, 파견직과 정규직 등 현재 한국 사회 구조 속에서 안전에 취약한 이들이 누군지 묻는다. 주인공 지안이 21살이고 젊은 여성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장기요양보험 없이 버텨내는 건 그 누구라도 불가능하다.

드라마 속 동훈은 지안의 상황을 외면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려 애쓴다. 건축구조기술사들이 그러하듯 미리 위험요소를 찾아 예방·관리하려 노력한다.
 
동훈이 지안에게 알려준 장기요양보험도 이와 같아야 할 터다. 급속한 고령화에 앞서 노인들의 수요를 세심하게 제도에 반영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지안에게 동훈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듯 우리 사회에 장기요양보험은 필수라는 건 우리가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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