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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문난 잔치' CES가 남긴 것은

등록 2020.01.13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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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문난 잔치' CES가 남긴 것은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이 마무리됐다. CES는 새해 가장 먼저 기술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1년 농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올해 한국 기업들은 CES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CES를 점령해온 중국이 주춤한 사이에 그 빈자리를 국내 대기업이 메웠다는 평가가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시한 제품들은 CES 혁신상을 휩쓸 정도로 여타 업체들을 압도했다. 현대차는 개인용 비행체를 전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SK, 두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나란히 참가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도 있듯이 비전과 계획은 거창했지만 첨단제품의 완성도는 미흡한 수준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자가 방문한 모 업체 산하 연구소가 개발한 인공 인간(Artificial Human) 네온이 대표적이다.
 
전시된 네온을 볼때는 영화속 터미네이터가 현실화한 듯한 감탄이 나왔다. 실제 사람과 겉모습은 거의 흡사했다. 그러나 막상 시연을 해보니 자연스러운 소통이나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화면을 두드렸다가 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부스를 떠나는 방문객도 있었다.

국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글로벌 대기업 역시 '전시를 위한 전시'에 가까운 내용이 많았다. CES에 참가하기 위해 설익은 제품을 부라부랴 내놓았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었다. 자동차 등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0.1초 차이를 만들기 위해, 0.1% 순도를 높이기 위해. 0.1mm를 줄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기업에게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를 매년 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먼 곳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부스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게 한다면, 그건 CES 행사의 존속에 의문을 갖게 하는것에 다름아니다.

물론 미래 첨단기술을 선보이다보니 다소 설익은 결과물이 전시될수는 있다. 그래도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조망하는 세계 최고의 행사라면 좀 달라야한다. 전시를 위한 전시는 영화속에서 익히 감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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