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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아, 톳보기가 저젔구나"…故박종철 부친 일기장 공개

등록 2020.01.13 17: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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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종철 열사 33주기 기념해 일반에 공개

1987년부터 2006년…20년간 손으로 작성해

공개한 내용 '열사 1주기' 새벽에 쓰여진 것

"비바람 천둥 와 닿는다" 슬픔 그대로 담겨

[서울=뉴시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13일 공개한 故 박종철 열사 부친 故 박정기씨의 자필 일기.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2020.01.1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13일 공개한 故 박종철 열사 부친 故 박정기씨의 자필 일기.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내 사랑하든(사랑하는) 아들아 이 천지가 다 무너지는 순간들이 허르는(흐르는) 시간 비바람에 천둥이 치고 치드니 아버지 머리에 와닷는(와닿는) 것 같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사업회)가 故 박종철 열사의 1주기 추모제가 있었던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박 열사의 부친인 고(故) 박정기씨가 20년간 직접 쓴 일기장의 일부를 13일 공개했다.
 
사업회는 박종철 열사의 33주기인 14일을 하루 앞두고 공개한 일기장 일부에는 열사의 부친이 직접 작성한 추도사 등이 담겨있다.
 
이 일기장은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해인 1987년 12월20일부터 2006년 8월11일까지 박씨가 직접 작성했다.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1988년 박종철 열사 1주기 당시 부산대에서 진행한 추모제를 위해 부친 박씨가 직접 작성한 추도사다.
[서울=뉴시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열사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기 선생이 아들의 1주기를 맞아 직접 작성한 추도사 등이 담긴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이 일기장은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해인 1987년 12월 20일부터 2006년 8월 11일까지 20년간 박정기 선생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자필로 기록한 것이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2020.0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열사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기 선생이 아들의 1주기를 맞아 직접 작성한 추도사 등이 담긴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이 일기장은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해인 1987년 12월 20일부터 2006년 8월 11일까지 20년간 박정기 선생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자필로 기록한 것이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2020.01.13. [email protected]

추모제는 기일인 1월14일과 가장 가까운 주말인 17일 일요일에 열렸지만, 이 추도사는 1월14일 새벽 5시에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사의 마지막 대목에서 박씨는 "…어머니 누나는 서울 형님 형수 집에 있고 아버지 혼자 한없는 감홰(감회) 톳보기(안경) 속으로 눈물을 딱고(닦고) 딱겄으나(닦었으나) 그대로 지면이 다 저젔구나(젖었구나). 잘가라. 잘 있그라. 철아…"라고 적었다.
 
또 "아들아 막내야 너가 이 세상 올 때 무얼 남겨놓코(남겨놓고) 갈려고 왔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든다). 국교에서 고졸까지 받아 두었든 상장 내지 표창장을 아버지가 부절없이 새보니(새어보니) 64개였드라"라며 "이것도 저것도 다 부질없는 소리 같구나"라며 자식에 대한 기억을 들춰보기도 했다.
 
이어 "…철아…1986년 4월~7월 출소한 법정에서 진술한 말들은 어버이 누누가 기록은 없으나 너가 말 중(너가 한 말 중) 왜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주장했다)"며, "(박 열사가) 이 자리는 5·18 주력 5적들이 설 자리지 왜 내가 여기서 더러운 너이들(너희들) 앞에서 재판을 밨아야(받아야) 합니까라고 외치면서 원고 없는 논술을 터트리니 판·검사가 안절부절 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라고 적었다. 박 열사의 재판 당시 모습을 회상한 것이다.
 
[서울=뉴시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열사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기 선생이 아들의 1주기를 맞아 직접 작성한 추도사 등이 담긴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이 일기장은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해인 1987년 12월 20일부터 2006년 8월 11일까지 20년간 박정기 선생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자필로 기록한 것이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2020.0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열사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기 선생이 아들의 1주기를 맞아 직접 작성한 추도사 등이 담긴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이 일기장은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해인 1987년 12월 20일부터 2006년 8월 11일까지 20년간 박정기 선생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자필로 기록한 것이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2020.01.13. [email protected]

박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박씨는 "…철아, 이제는 우리 국민이 자신이 선 것 같아(생긴 것 같아) 아버지 같은 사람이 온 국민이 온 세계가 아시다십이(아시다시피) 민중이 민주화데여(민주화되어) 사람 사는 새상(세상)이 데야(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라고 적으며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부분도 들어갔다.
 
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은 "박정기 선생은 아들의 죽음을 조국 민주화의 큰 공으로 돌리고 자신의 남은 삶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바친 분"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일기장이 남영동 대공분실에 세워질 예정인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에 있어 소중한 사료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일기장은 현재 사업회가 운영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사이트인 '오픈아카이브'(https://archives.kdem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업회 관계자는 "일기장에는 사적인 이야기도 많아 전체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검수 후 추후에 순차적으로 추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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