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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개로 사면 2만2400원인데 세트가 3만9천원?..수상한 설선물 가격

등록 2020.01.15 15:05:12수정 2020.01.16 14: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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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참치캔·생활용품 세트가격이 낱개 총합보다 비싸

낱개보다 비싸고...판촉사원이 깎아주고...'고무줄 가격' 선물세트

제조사 "포장재 인건비 포함 가격...사회적 합의 바탕"

위스키는 슬쩍 가격 올려...가격 비교 어려운 허점 이용

대량 구매시는 마트, 제조사 온라인몰 이용하면 저렴

[서울=뉴시스] 한 대형마트 내 생활용품 선물세트 코너

[서울=뉴시스] 한 대형마트 내 생활용품 선물세트 코너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15일 설 연휴를 앞두고 찾은 대형마트는 선물세트 판촉 사원들의 호객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식품·주류·생활용품·화장품 제조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은 마트 방문객들을 잡고 팸플릿을 돌리면서 “타사보다 상품 구성이 좋고 할인율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선물세트 코너에 오래 머물고 있자 한 영업사원이 다가와 ‘전단지에 나온 가격보다 더 낮춰 줄수도 있다’는 은밀하고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대형마트와 제조사가 사전에 합의한 가격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선물세트의 경우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고무줄 가격’이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애초부터 가격을 높게 잡았기 때문에 ‘에누리’ 여지가 생긴다. 명절 선물세트는 수년간 낱개 가격보다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마트에서 선물세트 가격을 낱개 합산과 비교해보니 실제로 선물세트가 비쌌다.

선물세트의 대표로 꼽히는 CJ제일제당 ‘스팸’의 경우 클래식 200g 9개가 들어간 ‘스팸 9호’는 정상가는 3만9500원이었지만 매장에서는 할인가로 3만1600원에 팔고 있었다. 선물세트 매장이 아닌 가공식품 코너에서는 스팸 클래식 200g 1개당 3890원이지만 6개 묶음은 1만4980원으로 개당 2497원 꼴이다. 이 가격으로 9개를 맞추면 2만2473원이다. 선물세트가 낱개로 샀을때보다 정상가는 무려 1만7027원, 할인가는 9127원 비싸다.

참치캔도 마찬가지다. ‘동원참치선물세트 V20(참치살코기 150g 8개·고추참치 100g 4개 구성)’는 3만1800원에 판매 중이다. 낱개로는 두제품 모두 개당 1994원으로, 세트 구성으로 합산하면 2만3928원이다. 선물세트 가격이 7872원 비싸다. 판촉사원이 현장에서 제시한 2만5440원도 낱개 구매시보다 가격이 높다. 

아모레퍼시픽의 생활용품 선물세트 ‘프레시팝 베이직 선물세트’(프레시팝 두피클렌징500㎖·컨디셔너·두피진정 샴푸·비듬케어 샴푸·두피클렌징 200㎖)도 3만2900원이다. 낱개로 살때가 3100원 저렴하다.

업계는 선물세트에는 포장비, 인건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낱개 합산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 관계자는 “선물세트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성의와 예의를 갖춰 전하는 선물인데 가격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면서 “개인이 소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낱개를 구매하겠지만 ‘선물’이라는 의미로 보면 포장 등 추가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민족 대명절 설을 열흘가량 앞둔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농산물도매시장에 배.사과 등 제수용 과일 박스가 수북히 쌓여 있다. 올 설 명절은 예년보다 시기가 빠른 1월이어서 농산물시장도 연초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2020.01.13. 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민족 대명절 설을 열흘가량 앞둔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농산물도매시장에 배.사과 등 제수용 과일 박스가 수북히 쌓여 있다. 올 설 명절은 예년보다 시기가 빠른 1월이어서 농산물시장도 연초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2020.01.13. [email protected]

세트와 낱개 구매시 가격차 외에도 가격을 슬쩍 올린 품목도 있다.

위스키의 경우는 선물세트 가격이 상승했다. 위스키 수입유통사들은 선물세트 구성을 홍보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대해 언급한 곳은 없다. 명절 때마다 선물세트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조니워커 골드리저브’(750㎖)를 2018년과 지난해 설에 같은 구성으로 6만5300원에 판매했지만 올해 설에는 6만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조니워커 골드리저브 리미티드 에디션의 경우도 지난해 6만9900원이었으나 올해는 7만3700원으로 올랐다. 회사는 이에 대해 "올해 설은 작년 인터네셔널 위스키 가격인상에 따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글렌피딕’은 올해 설 선물세트(백화점 기준)로 12·15·18년산을 각각 12만, 16만, 28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온더락 글라스 2개를 붙인 세트 구성이지만 12년산은 마트에서는 7만~8만, 15년산은 13만, 18년산은 20만원대에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물세트 구매시 할인폭이 큰 쪽을 찾아 구매하는 게 현명한 소비라고 입을 모은다.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마트에선 ‘5+1’ ‘10+1’ 등의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고, 할인율이 높은 온라인몰을 이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제조사의 경우 자체상품에 대한 할인율이 오픈마켓보다 높아 특정 브랜드를 구매할 경우 제조사몰을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울러 선물용이 아니라 개인이 소비할 경우에도 유통기한이 긴 생활용품은 선물세트가 낱개로 구매할때보다 더 싼 제품도 있어 세트로 구매해 놓고 평소에 소비하는 것도 권할 만 하다고 한 업계관계자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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