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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넬손스 "139년 보스턴 음악, 보여준다는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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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18 06:00:00
베를린필 음악감독 후보 거명된 '젊은 거장' 지휘자
보스턴 심포니, 2월 예술의전당서 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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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드리스 넬손스. (사진 = Marco Borggreve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드디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니!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클래식 공연 현장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겠네요."

미국을 대표하는 악단인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가 창단 139년 만인 다음달 6~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처음 내한공연한다.

2014년부터 악단의 수장으로 자리잡은 안드리스 넬손스(42)가 함께 한다. 라트비아 출신의 이 지휘자는 '젊은 거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클래식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넬손스는 내한 전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수년간 한국의 훌륭한 뮤지션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곤 했었는데, 그 실력이 고향의 문화에 대한 증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넬손스는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 겸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세계적인 두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서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보스턴심포니와 함께 수차례 그래미어워즈를 받았다.

"클래식 음악 분야에 정말로 많은 대단한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있어요. 그 중 몇몇은 BSO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멤버이기도 하죠! 풍부한 재능을 가진 나라임이 분명해요."

보스턴 심포니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 톱 오케스트라들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내한공연이 성사되지 못했었다.

1960년 대만과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아시아투어의 하나로 첫 내한공연이 추진됐으나 4·19 의거로 인해 공연 일주일 전 급히 취소됐다. 이후 60년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넬손스도 과거 한국에 방문할 뻔했으나 무산됐다. 2010년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CBSO)과 함께 내한이 추진됐으나 영국 재정 위기 문제로 취소됐었다.

"1960년의 BSO와 2010년의 CBSO가 경험했던 것처럼 투어가 불가피하게 성사되지 않을 때 너무 아쉽죠.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가올 투어에서 한국의 관객들과 처음 만나고 한국 문화를 며칠이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저와 BSO 모든 단원들이 아주 큰 기대를 갖고 있어요. 지난 139년 동안의 보스턴 음악의 역사를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고요. 예술의전당에서 여러분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보스턴심포니의 소리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유럽적인 소리를 낸다"고 듣는다. 넬손스는 "유럽의 전통, 특히 프랑스, 독일,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BSO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전통이 만나서 그들 만의 독특한 빛나는 스파크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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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드리스 넬손스. (사진 = Marco Borggreve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BSO는 이번 내한 첫날에 바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을 연주한다. 둘째 날은 바버의 '메데아의 영상과 복수의 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선보인다.

이 중 바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BSO와 인연이 깊은 곡이다. 넬손스에 따르면 해당 곡은 바르토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고향인 헝가리에서 망명 중이었던 시기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강한 신뢰에 힘입어 탄생했다.

넬손스는 "당시 바르토크는 건강 문제와 더불어 미국 관객들로부터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여러모로 무기력했었는데, 쿠세비츠키 재단에서 그의 사기를 북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바르토크는 특유의 창의성과 정밀함을 발휘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품을 완성시켰어요. 특히 이 작품은 1944년 쿠세비츠키의 지휘 아래 BSO가 초연한 곡이죠. '우리의 작품'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14년 만에 서울을 찾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양일간 피아노 협주곡 협연자로 나선다. 넬손스는 "브론프만과 함께 해서 매우 영광"이라고 흡족해했다. 브론프만과 BSO는 1989년부터 약 30회의 협연을 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 "브론프만은 고전 모차르트 작품에서 외르크 비트만과 같은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죠. 브론프만의 비르투오소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협연곡 두 곡을 함께 보여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넬손스는 이번 투어에서 두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이유에 관해 "저희 오케스트라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두 공연 모두 참석해서 BSO의 다양한 음악성을 발견하셨으면 하는 희망도 있다"고 했다.

넬손스는 세계 최강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차기 음악감독 후보로 거명됐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에너지 넘치는 지휘 동작으로 시원시원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올해 초 세계적 지휘자들만 거쳐간다는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를 이끌 지휘자로 초청, 더 높이 비상했다.

태권도와 같은 무술을 배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제가 어렸을 때 열심히 배웠어요. 그리고 다시 하고 싶고요! 태권도는 수양과 집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줬죠."

지난해 말 별세한 '세계적 지휘계 거장'으로 통하는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1943~2019)의 유일한 제자이자 그의 명성을 계승할 후계자로 다시 조명받고 있기도 하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마리스는 제가 어렸을 때 오로지 지휘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얀손스 이전에 다른 선생님들도 저를 가르치셨는데 특히 그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고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멘토예요. 지휘에 있어서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줬던 마리스 얀손스 선생님을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음악계는 영원히 그를 기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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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보스턴 심포니. (사진 = Marco Borggreve 제공) 2020.01.17. realpaper7@newsis.com
올해 가장 큰 목표를 묻자 "예정돼 있는 모든 공연들이 특별하고 중요하다"며 신중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저는 모든 연주에서 100%를 보여주는 것이 음악가, 관객, 그리고 음악 자체에 대한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특정한 공연, 오페라 기획, 녹음 작업을 할 때 세워둔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저는 제 동료들과 존경하는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기대합니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세계 클래식 음악업계가 모두 베토벤을 기리고 있다. 넬손스에 따르면 베토벤의 음악은 그의 삶의 시기에 따라 색깔이 두드러진다.

"때론 평범하면서도 때론 드라마틱한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 차 있죠. 의심할 여지없는 베토벤의 비현실적인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서 빛나는 것은 위대한 인간성과 감정, 즉 사람들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능력과 인간애에 대한 보편적인 갈망이에요. 베토벤은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곡에 담았어요."

넬손스는 지휘자로서 해야 하는 두 가지 단계가 항상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것이다. "대비를 잘 해야 하고 원하는 것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건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두 번째는 모든 은유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음악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겁니다. BSO 단원들은 이 판타지에 공감하는 것을 레퍼토리에 대한 딱딱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선호하는 것 같아요. 지휘자는 가끔 '장미 향기처럼 연주해주세요'와 같은 설명을 해야 될 때도 있는데, 말만 했을 뿐인데 음악이 더 좋게 들릴 만큼 효과가 있어요."

무엇보다 "지휘자는 연주자들과 연주자들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위적인 태도가 효과가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권위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연주자들은 저를 믿어야 해요. 이런 마법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좋은 연주'가 태어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좋은 연주는 세계 공용어인 음악으로 영혼을 감동시키는 겁니다. 이렇게 관객들과 소통이 된다면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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