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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두고 온 현대캐피탈 다우디 "내 실수, 헷갈렸다"(종합)

등록 2020.01.18 1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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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점, 공격성공률 72.22% 활약으로 만회

[서울=뉴시스]현대캐피탈 다우디.(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서울=뉴시스]현대캐피탈 다우디.(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인천=뉴시스] 권혁진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 다우디가 유니폼을 잘못 챙기는 바람에 대한항공과의 라이벌전을 뒤늦게 시작했다.

다우디는 18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선두 싸움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다우디의 이탈은 분명 예상 밖이었다.

최태웅 감독이 눈물을 머금고 다우디를 선발에서 제외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대캐피탈 코칭 스태프들은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다우디가 팀의 원정 유니폼이 아닌 연습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숙소를 떠나기 전 다우디는 경기용 유니폼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원정 유니폼을 놔둔 채 이와 색깔이 같은 연습복을 냈다.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담당자는 다른 선수들의 유니폼과 함께 다우디의 연습복을 밀봉 처리한 뒤 버스에 실었다. 실제 현대캐피탈의 원정 유니폼과 연습복은 무늬만 미세하게 다를 뿐 나머지는 거의 똑같다.

현대캐피탈은 이와 같은 불상사에 대비해 버스에 예비 유니폼을 한 벌씩 구비하고 다닌다. 경기장 도착 직후 다우디의 잘못된 유니폼을 확인한 현대캐피탈측은 새 유니폼을 찾으러 버스에 갔다가 또 한 번 경악했다. 모든 선수의 유니폼 중 다우디의 것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얼마 전 다우디가 버스에 있는 원정 유니폼을 꺼내 입었는데 이 사실을 잊고 채워두지 않았다더라"고 설명했다.

다우디의 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천안에 있는 유니폼을 공수하는 것뿐이었다. 천안에 잔류하던 스태프가 연락을 받자마자 재빨리 유니폼을 가져왔지만 이미 경기는 시작한 뒤였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유니폼 공수 작업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토요일이지만 도로가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수 소개에 앞서 자취를 감췄던 다우디는 1세트 초반 천안에서 올라온 제대로 된 유니폼을 입고 웜업존에 나타났다. 잠시 숨을 고른 다우디는 1세트 14-14에서 문성민을 대신해 마침내 코트를 밟았다.

다우디는 자신의 실수로 인한 미안함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더욱 힘을 했다. 타점 높은 공격으로 팀을 이끌었고, 수비시에는 다이빙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다우디의 기록은 30점, 공격성공률 72.22%.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선두 경쟁에 불을 지폈다.

다우디는 "진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 헷갈렸다. 두 유니폼이 엄청 비슷하다"면서 "첫 세트는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다운이 됐다. 팀원들의 템포를 내가 늦춘 것 같아서 미안했다. 두 번째 세트부터는 진정하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페이스를 찾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최 감독은 "경기 중간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니폼을 잘못 가져와서 자책을 하고 있다더라. 본인이 누를 많이 끼쳤다고 했다"면서 "어차피 지나간 것이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고 했다.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인지 그 다음부터는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다우디의 여자친구인 산드라 란지리는 관중석에서 남자친구의 활약을 눈에 담았다. 란지리는 19일 우간다로 돌아갈 계획이다.

다우디는 "여자친구 앞에서 활약을 해 너무 좋았다. 프로 생활 5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함께 있어서 기뻤다. 팀원들도 가족같이 대해줬다"면서 고마워했다.

7월18일 전통 혼례식와 8월8일 결혼식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을 계획이라는 다우디는 "동료들이 다들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온다고 하면 항공권은 내가 구입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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