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감격한 황동일 "오늘만 기다렸습니다"

등록 2020.01.18 17:29:5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현대캐피탈 이적 후 첫 선발 출전

안정적인 토스로 대한항공전 승리 이끌어

[서울=뉴시스]현대캐피탈 세터 황동일.(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서울=뉴시스]현대캐피탈 세터 황동일.(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인천=뉴시스] 권혁진 기자 = 황동일에게 현대캐피탈은 5번째 팀이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캐피탈에 입단한 황동일은 곧장 LIG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 됐다. 이후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거친 황동일은 올 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뛰고 있다.

팀을 많이 옮겼다는 것은 기량을 만개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황동일은 당시 대학 세터 최대어로 꼽히며 큰 기대를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삼성화재와의 결별로 은퇴 위기에 몰렸던 황동일은 최태웅 감독의 부름을 받고 힘겹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묵묵히 기다리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1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대한항공전에 선발 출격한 것이다.

황동일은 안정적인 토스로 공격수들을 지휘했다. 유니폼을 잘못 가져온 다우디가 1세트 중반까지 코트를 밟지 못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능력을 충분히 이끌어내며 시소게임을 펼쳤다.

특유의 공격 본능을 살려 2단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황동일이 예상 밖 활약을 펼친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3-25 25-23 25-19 25-17)로 꺾을 수 있었다. 

황동일은 "현대캐피탈 입단 후 첫 선발 출전이었다. 최근 우리가 의욕을 갖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조금 다운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오늘은 아무생각 없이 밝게 하자고 했는데 그것이 주효했다. 그래서 좀 더 흥분을 안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황동일은 현역 시절 최고의 세터로 명성을 떨쳤던 최태웅 감독의 지휘 아래 그동안 몸에 익은 나쁜 습관들을 버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 감독은 "나이든 선수들의 습관을 고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꾸준한 반복 연습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면서 "동일이가 올 때부터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절실함과 간절함을 많이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5년만 먼저 만났다면 동일이한테도 좋았을텐데 그것이 가장 아쉽다"는 말도 곁들였다.

황동일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최 감독에게 무척 고마워했다. "현대캐피탈만이 갖고 있는 세터 훈련 시스템이 있다. 또 감독님께서 외국 세터들을 보시고 트렌드와 보완점 등도 알려주신다. 그런 부분에서 배우고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오늘 한 경기로 감독님께서 어떻게 판단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을 기다렸다. 현대캐피탈에 오면서 오늘을 위해 연습하고 준비했다. 운 좋게 오늘 결과가 좋았다"면서 "다음 경기에 내가 선발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만족한다"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성민, 신영석 등 경기대 시절 전국을 휩쓸었던 동료들의 존재는 낯선 환경에 처한 황동일에게는 큰 힘이 됐다. 황동일은 "오늘만 기다렸다. 시즌이 시작했을 때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 번 했다. 그때는 보완할 점이 너무 많았고, 내가 들어갈 실력도 안 됐다"면서 "친구들과 뛰면서 내내 좋았다. 점수가 오간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고 곱씹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