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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로맨스스캠에 당했다"…1300만원 뜯긴 그녀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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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20 10:29:21
7000만원어치 선물 보낸다며 1300만원 챙겨
'한국계 영국인' 소개했는데 전화해보니 흑인
"주소나 휴대폰 번호도 대는 등 치밀한 수법"
"아직도 사진 도용해 사기중…추가피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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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당신이 내 삶에 들어오다니 난 정말 축복 받았어요. 그대가 내 사랑스러운 천사이고 연인이라는 점에 감사해요. (I’m blessed to have you in my life and grateful that you’re my sweet angel and lover.)"
 
- 로맨스스캠(Romance Scam·연애사기) 사기꾼이 피해자 A씨(34)에게 지난해 12월28일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

20일 뉴시스 취재에 응한 A씨는 이 메시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악몽같은 상황이 펼쳐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꿈에 그리던 연인 같던 B씨가 그녀에게서 1300만원을 챙긴 뒤 본색을 드러낸 것. 그는 사실 글로벌 사기꾼 집단의 일원이었다.

이후 배신감에 휩싸여 B씨에게 영상통화를 건 A씨는 더 큰 충격을 받아야 했다. 본인을 한국계 영국인으로 소개했던 B씨는 사실 아프리카에 사는 24살 흑인이었다. B씨는 통화 중 조롱하듯 여러 차례 음성변조를 바꿔보이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약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매대행 등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A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메시지가 한 통 날아온다. 본인을 영국 런던에 사는 한국계 영국인으로 밝힌 이 남성은 "6살 때 영국으로 입양와 한국에 대한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며 접근한다.

이후 두 사람은 약 2주간 메신저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  A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가 비행기 사고로 죽고, 새엄마가 유방암으로 지난해 돌아가셨다는 말에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어느날 B씨는 A씨에게 다이아몬드 반지와 루이비통 목걸이 등 7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보내겠다고 제안한다. 300만원의 관세만 부담하면 된다고 했다. A씨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정부가 진행하는 멕시코 해양 프로젝트에 선발돼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는 명목이었다.

이를 수락한 A씨에게 이튿날 터키 관세청에서 연락이 온다. 택배를 받으려면 관세 약3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A씨는 결국 지난달 30일 계좌에 관세비를 입금한다. 이후 두바이에서도 이 택배를 받으려면 960만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고 지난 3일 돈을 보낸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A씨는 주변인들에게 의견을 묻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B씨의 선물 사진이나 프로필 사진 등이 사실 타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도용된 이미지였던 것이다.

A씨는 "처음엔 믿지 않아 B씨의 영국 집 주소나 휴대폰 번호를 물어봐 꽃배달을 보내 시험해보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외출을 했다는 등 능숙하게 빠져나가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A씨는 부랴부랴 은행에서 반환 요청을 하고, 경찰서에 사기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요원한 상황이다. B씨가 해외에 있는 만큼 잡을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A씨는 "이 사람은 아직도 버젓이 사진을 도용해 카카오톡 아이디를 이용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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