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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복지]남편·직장에 버림받은 베트남 여성 '짱'도 꽃길만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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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25 08:00:00  |  수정 2020-01-25 09:26:30
KBS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 베트남 여성 '짱'
남편 찾아 한국왔지만 "비즈니스"라며 외면
가사도우미로 근무중 도둑으로 몰려 쫓겨나
다누리콜센터 13개 언어 상담, 지원 연계 돼
새일센터에선 맞춤형 재취업 프로그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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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KBS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 메인 화면.(사진=KBS 홈페이지 캡쳐)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사랑하는 남편이 한국으로 떠난지 벌써 5년. 금방 오겠다던 남편은 5년째 감감무소식이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에 한국으로 찾아나선다. 서울의 유명 한정식집의 장남이라고 했으니 유명 한정식집을 찾아보면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 도착한 첫날, 남편의 나라여서 내겐 모국과도 같은 곳이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는 묘하다. 남편의 행방을 묻기 위해 찾은 한정식집에서는 대뜸 "우린 불법체류자 안 쓴다"며 몰아냈다.

시간이 흘러 가져온 여비도 떨어져간다. 남편을 위해 배웠던 요리실력과 한국어 능력을 활용해 운 좋게도 대기업 사장님 집에 가사도우미로 취업했다.

그러다 다행히 남편을 찾았다. 우린 운명인가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고생은 안 했는지, 나와 언제 다시 합칠지 듣고 싶은 말이 한 가득이다. 그런데 남편에게서 돌아온 말은 "비즈니스 관계"였다. 사랑이 아니라 사업 때문에 나랑 결혼했단다. 내가 눈물을 흘리니 오히려 울고 싶은 건 자신이라며 윽박지른다.

설상가상으로 일하는 댁 사모님의 반지가 없어졌다. 많이 아끼는 반지 같은데 나도 같이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사모님이 갑자기 날 도둑이라고 한다. 따님도 내가 반지를 만지는 것을 봤다고 한다. 억울하다. 아니라고 호소해 보지만 사모님은 한밤중에 나더러 나가라고 한다. 이번달 월급도 받지 못했는데. 평소엔 인자하던 사장님도 "인생공부한 셈 치자"며 날 외면한다. 결국 그날밤 나는 가방 하나만 손에 쥔 채 길바닥에 나 앉았다.

나는 한국인 사업가와 결혼한 베트남 여성 '짠 티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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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KBS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 방송 화면. 가사도우미인 베트남 여성 '짱'이 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고 근무지에서 쫓겨나고 있다.(사진=KBS 홈페이지 캡쳐)
◇한 밤에 쫓겨난 '짱' 남편은 결혼 자체를 부정

요즘 20%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에 등장하는 베트남 여성 '짱'(홍지희)은 베트남에서 사업가라고 속인 한국인 남성 '남일남'(조희봉)과 결혼했다. 이 남편은 자신을 한국에서 온 유명한 한식당의 장남이라고 소개했다.

남편이 '짱'과 결혼한 이유는 사업 때문이다. 극 중에서 구체적인 이유는 안 나오지만 비자 등의 사업적 혜택을 목적으로 베트남 현지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실패로 '짱'과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남일남은 결국 '짱'을 버린 채 한국으로 도망쳤다. '짱'이 찾아오자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까지 보인다.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직장에서도 억울하게 쫓겨난 '짱'은 모텔을 전전한다. 한국에서 받았던 월급을 고향의 부모님에게 생활비로 보냈던 '짱'은 새 직장을 구하려고 음식점을 전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결국 수중에 있던 돈이 바닥나고 모텔 숙박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자 모텔에서도 쫓겨난다. 한국에서 갈 곳이 없는 '짱'은 하는 수 없이 길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입김으로 손을 녹여본다. 다행히 맘씨좋은 국밥집 사장님 왕꼰닙(양희경)의 배려로 식사를 하게 된 '짱'은 일손이 필요했던 이 국밥집에서 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하게 된다.

◇외국인 '하대'하는 인식 여전…한국 생활 어려워하는 이주여성들

드라마에서는 '짱'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현실을 반영하듯 말이다.

반지가 사라졌을 때 대기업 사모님 '구윤경'(경숙)은 "작정을 하고 우리 집에 왔다"며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다짜고짜 몸을 뒤진다. 구윤경은 평소에도 '짱'이 외출을 하겠다고 하면 "여기저기 기웃대지 말고 빨리 오라"는 지시를 내린다. 구윤경의 딸 황수지(정유민)는 보물에 손을 댄 걸 본적이 있다며 추측을 확신으로 바꾼다. 반말은 기본이다. 짱이 밤 중에 쫓겨났음에도 구윤경은 걱정은 커녕 "소송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듣고 있던 남편 황병래(선우재덕)은 합리적인 척 하면서도"소송을 했다가 위화감만 생긴다" "인생공부 했다고 쳐라"며 '짱'이 도둑이라고 확인사살을 한다.

왕꼰닙의 딸 '남지영'(정소영)은 '짱'이 손님으로 왔을 땐 친절함을 베풀었지만 국밥집에서 일을 하자 "결혼했냐고 묻잖아"라며 단번에 말을 놓는다. 대답을 하지 않자 이상하다며 윽박지르고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본다.

여성가족부(여가부)의 2018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다문화가구는 30만6995가구다. 이 중 30.9%는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24.1%는 한국 생활에서 외로움을, 26.2%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8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선 일반 성인국민의 다문화수용성은 100점 만점에 52.81점에 불과했다. 2015년보다 1.14점 감소했다. 특히 거부·회피 정서는 64.46점인데 반해 교류 행동 의지는 42.48점으로 외국인을 기피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 드라마의 메인 홈페이지 상단의 출연자 사진을 보면 '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남다른 가족애를 발휘해 진정한 가족으로 단단히 여물어 가는 사연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짱'은 우리 사회의 가족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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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KBS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 방송 화면. 대기업 사모님이 증거도 없이 베트남 출신 가사도우미 '짱'이 반지를 훔쳐갔다며 몸을 뒤지고 있다.(사진=KBS 홈페이지 캡쳐)
◇1366에서 지원·상담 가능…13개 언어로 제공 돼

현실에서는 이주배경 여성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맘씨좋은 국밥집 사장님을 만나는 '운'에 기대지 않아도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들이다.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다누리콜센터(1577-1366)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들에 대해 전문가를 통한 상담을 제공한다. 폭력피해 등 긴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에게는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와 보호시설 입소연계, 긴급생계비 지원 등이 제공된다. 원활한 지원 제공 및 설명을 위해 13개 언어로 상담이 가능하다. 베트남어, 중국어, 타갈로그(필리핀)어, 몽골어, 러시아어, 태국어, 크메르(캄보디아)어, 일본어, 우즈베키스탄어, 라오스어, 네팔어, 영어, 한국어 등이다.

새 근무지를 찾으려는 다문화여성은 여가부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새일센터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맞춤형 취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특히 올해는 취약 계층과 지역 일자리 특성 및 상황에 맞는 지역특성화 통합사례관리 방식을 신규 도입한다. 결혼이민여성을 특성화 한 안산센터처럼 이주배경 여성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하는 곳도 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본인의 개인정보 제공동의를 받아 해당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정보를 연계한다. 정보를 받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선제적으로 이주여성을 찾아가 밀착 지원하고 방문한국어교육, 자립 및 취업 연계, 사례관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국내 체류 연장 허가 시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면 이혼 후에도 간이귀화를 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됐다.

여기에 여가부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입국 전부터 현지에서 8시간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인권보호, 피해예방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지사전교육 대상국가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3개국이다.

자세한 사항은 보건복지상담센터(129, http://www.129.go.kr),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https://www.liveinkorea.kr/portal/main/intro.do), 여성새로일하기센터(https://saeil.mogef.go.kr/hom/HOM_Main.do)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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