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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최인훈은 위대한 극작가였다···'연극시리즈' 개막

등록 2020.01.29 0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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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강대 메리홀서 '옛날옛적 훠어이훠이' 시작

【서울=뉴시스】최인훈 작가. 2018.06.27.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최인훈 작가. 2018.06.27.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최인훈(1936~2018)은 소설 '광장'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한국 연극사가 기억할 희곡을 여럿 남긴 극작가이기도 했다.

1959년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돼 등단한 고인은 6편의 희곡을 남겼다.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 후보로 종종 거명된 최인훈은 희곡에 애정이 대단했다.

2007년 서울시극단 창단 10주년과 세종 M시어터 개관 기념 공연으로 올린 연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간담회에서 "소설가보다는 희곡작가로 남고 싶다"는 고백도 했다. "희곡은 소설보다 좀 더 낭비가 적다. 희곡은 무대에서 표현을 증폭시켜주는 개방성이 있다"고도 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2009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둥둥 낙랑 둥' 등 최인훈의 희곡 4편이 잇따라 올려지면서 연극계에서 '왜 최인훈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고인의 문학성이 높게 평가됐었다. 이야기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 생활 언어를 아우르는 필력이 성찰거리를 안긴다는 것이다.

최인훈의 희곡은 해외에서도 주목 받았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영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간행됐다.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등 연극 관련 상도 받았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대표 윤광진)가 최인훈의 희곡 작품 세 편을 모아 '최인훈연극시리즈'를 펼친다.

최인훈의 대표작인 '옛날옛적 훠어이훠이'(30일~2월2일 서강대 메리홀)를 시작으로 '달아달아 밝은 달아'(5월 5~10일 대학로 아르코대극장) 그리고 '봄이 오면 산에 들에'(11월 서강대 메리홀)로 이어진다.

연극시리즈의 문을 여는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평안북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가 바탕이다. 극심한 흉년이 들고 도적이 들끓는 세상,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민심이 흉흉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한 마을 산속에서 용마가 나타나 울어댄다. 용마는 마을에 장수가 태어나면 태우기 위해 따라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기장수가 태어난 것을 두려워하는 관가에서는 마을의 남자들을 동원, 용마와 장수를 잡는데에 혈안이 돼 있다.

[서울=뉴시스] 옛날옛적 훠어이훠이. (사진 = 공연제작센터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옛날옛적 훠어이훠이. (사진 = 공연제작센터 제공) 2020.01.29. [email protected]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최인훈이 1976년 미국 체류 중에 쓴 것이다. 아기장수 설화를 발견한 것은 워싱턴 근처 작은 도시의 서점 창고에서였다. 그것을 발견하고 최인훈은 무엇엔가 사로 잡힌 듯 며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1973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태풍'을 연이어 쓴 이후 소설적 장르의 한계를 느끼고 침묵한 최인훈이 연극으로 다룰 수 있는 희곡을 집필한 것이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연출하는 윤광진 공연제작센터 대표는 "최인훈 선생은 극을 쓰면서 자기 인물들을 인형으로 상상하며 극을 쓴 듯하다. 그래서 '옛날옛적에' 서문에 '인물들은 거의 인형처럼, 조명 음향 그 밖의 연출수단의 수단처럼 연출하라'고 쓰고 있다"고 전했다.

"감정과 심리가 절제된 인물, 고정된 듯한 표정 등은 최인훈 작품세계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금까지 소홀하게 생각해 왔고 그래서 양식화가 되지 못했다. 우리 연극에서 인형적인 연기, 느림은 중요한 요소"라고 부연했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에는 배우 황연희, 임향화, 한정호 등이 나온다. 이태섭 무대미술, 정경희 의상, 조인곤 조명
움직임 이경은 등 스태프가 쟁쟁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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